큰고추 작은고추 - 하이타니 겐지로 동화집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김고은 그림 / 양철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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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정말 찡했다. 덕분에 작가의 어떤 책이라도 반갑게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이 책은 양철북에서 최근에 출간 된 책이다. 작가가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하셔서 나온 책인지, 이전에 나온 이야기들을 묶어서 나온 책인지는 설명을 찾을 수가 없어 잘 모르겠다. 1934년생인 작가가 지금까지 살아계셔서 작품활동을 계속 하고 계신지 그 자료도 찾아볼 수가 없다. 돌아가셨다는 말도 없으니 살아계신 것이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 중에 명쾌한 댓글 덕에 해답을 얻었다. (안 그래도 하이타니겐지로 문학기행-순오기님편-을 읽고 그 페이지를 다시 찾아 읽어보면 답이 있을 것도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순오기님 감사함돠~) 이 작가가 더욱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한국에 대해 미안한 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의 한 대목에서 그렇게 나와 있었다.)

이 책은 단편집이다. 이야기가 짧으면서 경쾌하다.  

<로쿠베 기다려> 구덩이에 빠진 강아지 로쿠베를 구하기 위해 아이들이 짜낸 마지막 묘안은 여자친구 쿠키를 바구니에 매달아 아래에 내려 보내면 로쿠베가 바구니에 올라타서 함께 구하자는 것. 하지만, 쿠키가 로쿠베를 보고 바구니에서 뛰어내리고 마는데... 아, 어쩜 좋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담. 시원한 답은 책에 나와 있습니다. ^^ 

<큰고추> 마코토의 별명은 큰고추, 유리의 별명은 애어른, 히데오의 별명은 꺾다리, 오사무의  별명은 뚜뚜리 뚜리뚜바... 아이들에게는 이런 저런 별명이 많다. 그 아이들 중에서 큰고추 마코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재미나다. 잘못을 저질러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일기 쓸 것 없다고 하자, 여자 친구 (애인) 생긴 이야기 쓰라고 엄마가 말씀하시니 쪼르르 달려가 유리보고 이제부터 내 여자 친구 하지 말라 하고.... 하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멋진 아이 마코토는 선생님이 아파서 결근하시자, 선생님 집으로 초콜릿과 편지를 들고 달려가기도 한다. 한마디로 순수영혼이다. 좀 개구쟁이긴 하지만, 가르치면서 신이 날 그런 아이인 셈. 

<큰고추 작은고추> 마코토의 별명은 큰고추, 형이 쫓겨났을 때 앙~ 하고 울어서 형을 구해주기도 했던 동생 마의 별명은 작은 고추다. 목욕하기 싫어하는 마코토도 동생과 함께 하는 '목욕놀이'는 좋기만 하다. 친구 유리와 함께 하는 '거꾸로 나라 놀이'도 신난다. 사마귀를 떼어 내느라 고생하는 형을 따라 가슴에 커다란 사마귀를 그려 넣기도 하는 동생의 이야기도 큭큭이다. 심부름 갔다가 돈을 잃어버려 상심이 큰 아이들에게 구슬동전변신 마법을 써서 마음을 풀어주는 부모들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는 이렇게 아름다운 문제해결이 가능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단 말이야!) 

<왈가닥 나나, 울보 슌스케> 만물 보물상자를 가지고 있는 나나는 정말 왈가닥이다. 띠용 눈알로 슌스케를 놀라게 하기도 하지만, 병원에 입원에 있는 동생을 잘 돌봐 주고 있는 마음 따뜻한 누나이기도 하다. 소심한 슌스케는 나나에게서 형광 그림물감을 선물 받고 그것을 가지고 도깨비 그림을 그려 할머니를 놀려 준 사실을 글로 재미나게 썼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을 친구들 앞에서 읽는데 성공하기까지 한다. 이 이야기에도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듯이 정말 따뜻한 선생님이 등장한다는 사실! 앞으로 더 내공을 많이 쌓아야겠다. 

<아이가 되고 싶은 아빠와 어른이 되고 싶은 나> 아이가 되고 싶은 아빠는 정말 아이처럼 재미나게 놀아줄 줄 아는 멋진 아빠다. 아이 수준에 맞게 아이처럼 놀이하면서 화도 내고... 이런 아빠를 가진 아이의 영혼은 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단 맞지 않던 아이가 야단 맞는 법> 아이의 맘을 잘 헤아려 줄 줄 아는 아빠가 있는 아이, 유코. 유코는 강아지를 키우는 게 소원인데, 부모님은 아파트가 아닌 마당 딸린 집으로 이사가게 되거든 키우자고 하신다. 이다 의원네 아줌마는 강아지가 태어난지 한 달이 되면 한 마리 주시겠다 하시지만, 아직 이사를 가지 않았으니 이 다음에 달라 말씀 드려야 한다. 하지만, 그 말씀을 미처 드리기도 전에 아줌마는 아줌마는 유코에게 강아지를 주시는데...가장 약한 녀석을 고른 유코는 집에 데려가지 못 하고 강아지를 숨겨 두는데, 그 강아지가 그만 없어져서 어른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다. 불쌍한 강아지를 찾으라고 겁나게 야단치시며 어두운 거리로 내쫓은 유코의 부모님도 끝까지 유코의 뒤를 쫓으면서 강아지를 마음으로 함께 찾았던 아빠는 강아지를 찾았다는 아줌마의 말에 울음을 터뜨린 나의 손을 잡고 함께 큰소리로 으앙 울었단다.  

<'안녕'하고 미키는 새로 태어났다> 아이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엄마, 아빠 덕에 우리 집은 일곱 명의 형제가 있다. 그 중에는 여자 아이 같은 남자 아이 미키가 있다. 눈물 많고 맘 여린 미키가 직박구리(삐코)를 키우는 이야기다. 새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꼬마 아이들의 모습이 짠하다.자신이 정성들여 키운 새를 산으로 돌려 보내야 겠다는 맘을 먹으면서 다시 새로 태어나는 미키의 이야기가 이 책 전체 중에 가장 맘에 오래 남을 듯하다.  

<둘은 두 사람> 쌍둥이 여자 아이, 준코와 노리코의 이야기다. 같지만 서로 다른, 다르지만, 서로 비슷한 두 아이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고 보니 요 조그만 책에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큰 갈등 구조는 없지만 하이타니 겐지로가 써 내려 나간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나가는 일은 즐겁기만 하다. 동심은 저엉말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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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01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타니 선생님은 2006년 11월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이 작품집도 기출판되었던 책이 개정판으로 나온 거예요.
나도 이거 리뷰 써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