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꽃들아 - 최병관 선생님이 들려주는 DMZ 이야기
최병관 글.사진 / 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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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반의 6월 책읽기 키워드는 '전쟁과 평화'다. 호국보훈의 달과 관련하여 여러 행사(글짓기, 그리기대회 등)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에게 전쟁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 주고 싶은 마음에 전쟁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책들을 그림책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읽게 해 주고 싶어 도서를 선정하여 학급환경으로 게시 해 두었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에 선정해 두었던 도서들 외에 더 읽히고 싶은 책들이 늘었다.  

권정생 선생님의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이현주 목사의 <<육촌형>>, 그리고 보림 출판사의 <<울지마, 꽃들아>>까지! 6월 한 달은 우리 반 친구들과 함께 책들을 통해 나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나도 잘 알지 못 하는, 아니 느끼지 못 하는 허리 끊긴 분단조국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나씩 짚어 보았다.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으면 지뢰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한국은 비무장 지대에 묻혀 있는 지뢰 매설 밀도가 세계 최고인 나라다.)

  D.M.Z.(Demilitarized Zone). 이름 그대로라면 비무장지대인데 땅 속은 그렇게 잔뜩 무장을 하고 있는 내 나라의 현실이 슬프다. 내 땅의 허리가 안쓰럽다. 괜히 내 허리를 만져 본다. 아, 생각할수록 시리고 저린 나의 조국이여.-50쪽 

개인적인 인연으로 ‘행복한 아침독서’를 통해 <<울지마, 꽃들아>>가 출간되기 전 책을 미리 맛 볼 수 있는 기회를 선물 받았다. 그 첫 느낌은 ‘아,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구나! 전쟁을 모르는 우리 세대에게 반어적인 모습으로 전쟁의 아픔을 아련하게 전달해 주는, 말이 적어 느낌이 더욱 큰 그런 책이구나!’하는 거였다.

표지의 철모 안에 핀 꽃은 눈부시게 아름다워 우리를 슬프게 한다.

녹슨 철모, 탱크, 탄환, 부서지거나 끊어진 다리, 뻘겋게 썩어가고 있는 기차, 총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건물, 그리고 이름 없는 무명용사의 묘비는 코끝을 찡하게 하지만 남북의 경계와 무관하게 흘러흘러가는 강물들, 그 속에 피어나는 각양각색의 들꽃과 그곳을 뛰어 노니는 희귀 동물들은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생각하게 하면서 또 다른 희망을 남겨준다.

249.4km에 걸친 휴전선, 거기서 남북으로 각각 2km 물러난 비무장지대, 또 거기서 20km 떨어진 (지금은 5~10km)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인적이 드문 곳이기에 자연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숨통이 트였으나 한반도 허리를 가르는 그곳 덕분에 얼마나 많은 실향민이 눈물의 세월을 보냈는지... 사실, 잘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면서 이산가족의 슬픔을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떨 때는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실향민의 눈물을 마음으로나마 함께 흘리게 해 주는 책이다. 그 슬픔에서 더욱 멀어져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분명 안겨 주리라.

첫 6학년 제자를 내면서 “너희들이 자라 군대 갈 즈음에는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어 너희가 군대에 가지 않으면 참 좋겠구나!”했는데 그 아이들이 군대를 가서 이제는 제대를 했고, 6살 내 아이도 그런 식으로 분단조국의 슬픔을 품고 국방의 의무를 져야만 하리라 생각하니 이 책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자체가 거대한 역사박물관, 전쟁 박물관이라고 작가가 이야기 하는 비무장지대의 이야기를 이렇게나마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있어 행운이다.

발길 하나만 잘 못 디뎌도 지뢰밭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이 일을 무사히 해 내어 세상에 책을 내어 놓은 작가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몸은 이곳에 있어도 그곳으로 달려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울지마, 꽃들아>>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없는 책이다. 꽃과 어울릴 단어는 울음이 아니라, 웃음인 것을! 그 꽃들에게 웃음을 찾아 줄 수 있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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