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었다.

털뭉치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10
김양미 지음, 정문주 그림 / 사계절 / 2008년 5월

이 책의 앞에 읽은 책(<<너만의 냄새>>)의 강렬한 인상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점수가 후하지 못하다.  

개인적으로 4편의 동화를 줄을 세우자면 다른 동화는 다 너무 좋은데 <아래 할아버지>의 느낌이 조금 약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오다 보니 이 동화책에 대한 인상이 첫 동화에서 결정되어 버린 감이 있다. 그것 또한 이 책에 대한 점수가 후하지 못한 이유다. 나머지 이야기는 다 너무너무 좋았는데도 말이다. (글의 순서를 좀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지...) 

<애벌레와 실체 현미경>에서는 뇌성마비 장애아가 나온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만나게 되는 억울함을 억울함이 아닌 또 다른 느낌으로 만나게 해 준 동화다. 친구를 동정의 시선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시선으로 만나도록 노력하는 윤결이가 너무 멋졌다. 친구가 내뱉는 억울한 놀림도 다 감수해 내면서 친구에게 자기 나름으로 다가가는 윤결, 홧팅이다.  

<멸치> 또한 억울(?) 이야기로 넣어야 할까? 다른 어떤 간식보다 멸치 간식을 좋아하는 혜원이는 시장 구경 중에 건어물상에서 멸치를 한 주먹 집어들고는 달아나다 주인 아저씨에게 덜커덕 잡혀 버리고 만다. 처음 하는 일이지만, 이전에 누군가가 했던 남들의 죄까지 다 덮어쓰고 마는 혜원이는 감추어 두었던 시험지까지 들통이 나서 아빠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고 만다. 동생이랑 신발도 안 신은 채 놀이터로 달아나서 저희들끼리 벽돌공장으로 가서 조그만 벽돌집을 만들어 몸과 마음을 쉬게 된다. 혜원이의 아빠가 아무리 고되더라도 자식들에게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주면 좋을텐데... 아이들도 고단하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을텐데... 

<털뭉치>는 똑같은 이름의 두 아이가 미술학원(도자기 학원이라 해야 하나?)에서 만나는데 그 아이들의 사이에는 연두와 흰양말이라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같은 고양이가 하나 있다. 엄마가 싫어하셔서 고양이를 기르지 못하지만 길잃은 고양이를 돌보는 선생님을 따라 고양이에게 듬뿍 사랑을 주면서 연두라 부르고 있는 지후, 엄마가 싫어하셔서 1년이나 키워 정이 담뿍 들었던 고양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잃어버렸다가 공방에서 다시 만나 이산가족 상봉을 하게 된 흰양말의 주인 남자 아이, 지후!  자기 털뭉치를 토해 낸 고양이처럼 아이들도 자신의 응어리를 토해내고 편안해지면 참 좋겠다. 우리 엄마, 아빠들도 털뭉치를 토해내고 자식들에게 좀 더 부드러워져야겠다.

책을 다 읽고 보았더니 이 책도 참 좋은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고 보니 더욱 그렇다. 사계절 중학년 문고인 이 책을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