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냄새 사계절 아동문고 57
안미란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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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면 가끔은 아주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책들이 있다. 그 책 때문에 자꾸 행복해 지는 시간이 있다.  

어린이 책을 주로 읽는 나에게 있어서는 <<문제아>>, <<마사코의 질문>>, <<우리 누나>>... 같은 책들이 바로 그런 책들인데, 그 책 중에 이제 <<너만의 냄새>>가 줄을 서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책들은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책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그만큼 그들의 독서력이 쌓여야 이런 책들이 눈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접하거나 학습, 과학 관련 책과 같은 목적있는 글읽기를 강요(?)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진가는 죽지 않는다. 이러한 책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사랑 받을 책이라 믿어진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산 것은 3~4년 전쯤이었다.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정말 괜찮은  책이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샀던 것 같다. 나 조차도 이 귀한 책을 3년 넘게 묵혀 두었으니 책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군더더기 없이 참 잘 써진 이런 책들을 보면 나는 참 작가가 부럽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그 솜씨에 감탄을 하게 하니 말이다.  

이 책은 '냄새'라는 것으로 하나로 묶여져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냄새를 매개로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웃간의 소통의 문제,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쥐와 고양이 조차도 서로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그 기발한 발상! 

모두 7편의 단편 동화가 나오는데 무게 비중을 따지자면 어느 것 하나 기우는 법이 없겠으나 표제작인 <너만의 냄새>와 <병품암 산신령>과 <친구를 제공합니다>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너만의 냄새>에서는 다른 고양이 냄새와는 다른 '너만의 냄새'는 소름끼치는 냄새가 아니라 쥐를 품에 안고 재워 주던 엄마의 냄새 같은 그런 특별한 냄새임을 이야기 한다. 다른 이야기 들에서도 생선냄새(나무 다리), 익지 않은 돌배 나무에서 나는 향내(병풍암 산신령), 쥐포 냄새(사격장의 독구), 까마중을 따서 담근 소꿉놀이 포도주에서 날 냄새(서울 아이), 사람냄새, 엄마의 푸근한 살냄새(친구를 제공합니다)를 매개로 이야기가 전개 되어 나간다.  

집 나간 딸을 만나고 싶은 김노인의 간절한 소망은 병풍암 그림에서 산신령을 바깥세상으로 불러 내는데, 그 산신령에게 빌면 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만 하다. 하지만, 이자를 받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건어물 상회 금여사의 아들이 위중한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간절한 금여사의 소망을 모른 척 할 수 없는 김노인은 병풍암 산신령에게 금여사의 아들이 낫게 해 달라고 빈다. 이웃의 고통에 가슴 아파할 줄 아는 따뜻한 이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은 티격태격 다툼이 있을지라도 사람 살 맛 나는 세상이리라. -병풍암 산신령

다쳐 쓰러져 움직일 줄 모르는 고양이, 곧 굶어죽을 것 같은 고양이, 더군다나 뱃 속에 새끼를 배고 있는 그 고양이를 모른 척 할 수 없었던 쥐돌이는 고양이에게 자신의 먹이를 나누어 준다. 넉넉해서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가운데서도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 고양이가 기운을 차리면 언제 자기를 공격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고양이도 이제는 움직일 수 있지만, 그러면 쥐돌이가 무서워 달아날까봐 여전히 움직일 수 없는 체 한다. 그 사실을 서로 알면서도 둘이 마치 엄마와 새끼인냥 끌어안고 잘 수 있다는 사실!-거의 신의 경지에 이른(인간이라면 과연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듯한! 있을 수 없을 듯한 그 장면이 찡하게 가슴을 때린다. -너만의 냄새 

<친구를 제공합니다>는 미래 세계의 이야기다. 컴이라는 기계 때문에 아이들은 점점 인간소외 현상을 겪게 되고, 친구 뿐만 아니라 엄마(가족)와의 소통에도 문제를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가상의 세계에서의 비인간적인 경험들은 엄마의 냄새를 통해 치유될 수 있고, 아이가 구제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자신의 온 마음을 주었던 '탄'의 실종(?)은 또 다른 세계에서 팅커벨과 탄의 만남으로 신비함을 경험하게 하지만, 나를 세상 밖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데.. 그것을 엄마의 서툰 빵 굽는 냄새가 구원 해 준다. 무척 특이한 이 동화는 정말 신비로움을 주면서 참 잘 쓰여졌구나 하며 나를 감탄하게 했다.  

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이 책을 읽도록 하나? 하긴 "이 책 진짜 재미있는데 누가 읽어 볼래? 먼저 읽어보고 정말 내 말에 공감한다면 친구들에게 많이 권해 주기 바래."라는 한 마디면 족할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면 좋겠다. 읽어 후회 없을 책으로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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