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별 때때롱 (양장) 개똥이네 책방 1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보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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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뵙고 싶은 작가 선생님이다. 살아 계시더라도 나 같은 것(이렇게 하찮게 표현하다니!!!)은 만나 주시지도 않으시겠지만, 세상을 달리 하셨으니 먼 발치에서라도 뵐 수가 없다. 이렇게 작품으로 만나는 길 밖에는.  

개똥이네 놀이터에서 이 작품을 보고, 글 보다도 그림의 묘한 매력을 느꼈다. 그림자 그림의 효과를 살린, 흑백과 칼라의 묘한 조화가 멋드러진 그림은 이 작품을 더욱 신비롭게 느끼게 한다.  

권정생 선생님은 병 중에 쭉 작품을 쓰셨고 그의 작품은 그래서 모두가 경건하게 읽어야 할 것들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더 경건하게 대해야 할 작품이다. 돌아가시기 전 적으신 마지막 작품이니 말이다.  

학교 도서 바자회에 이 책이 나왔는데, 가격이 인터넷 서점가보다 더 나아서 아이들에게 소개했더니 제법 여러 명이 샀다. 학급문고용으로 내가 하나 산다고 했는데, 저희들이 여럿이 사서 읽어서 경제적 손해(다른 책 사서 나누어 보면 더 좋았을 텐데...)가 아닐까 싶다가도 권정생 선생님 책은 무조건 많이 사야지 남을 간접적으로나마 도와주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아이들이 비싼 돈 주고 샀는데 작품이 실망스럽다고 하면 어쩌나 하고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인 것은 초반부터 흥미진진했다 그러고 하루만에 다 읽었다 그러고... 1학년 희망이도 참 재밌다며 열심히 읽었으니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무난히 소화 해 낼 내용이다.  

공간적 배경은 지구 별 중에서 우리 나라의 새달이와 마달이 형제가 사는 시골과 때때롱과 그의 동생 매매롱이 함께 사는 북두칠성에서 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서 반짝이는 랑랑별이다. 두 쌍의 형제들은 또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소통한다. 학교 선생님께서 지구 별 한국에서 숙제 안 해서 벌 선 애 찾아 오라는 숙제를 내 주셔서 때때롱은 새달이를 찾아냈단다. 그렇게 시작 된 만남은 때때롱이 돌담 위 호박을 가지고 가서 죽을 쑤어 먹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시간적 배경은 지금 시대와 랑랑별의 500년 전 시대를 거슬러 가서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사실은 랑랑별의 과거라는 것은 염려스러운 지구의 미래를 이야기 한다. 우리 나라에 노벨상이 나올 것 같다고 떠들던 그 무렵, 유전자 공학이 어떻고 하던 그 시절, 생명존중이 안타까우셔서 권정생 선생님은 이런 동화를 쓰셔야겠다고 생각하셨던 걸까? 랑랑별의 500년 전은 모든 일을 잘 만들어진 로봇이 하고, 먹고 살기 위해 인간은 더 이상 고통 받지 않아도 되며 아주 우수한 유전자들을 조합하여 멋지고 영리한 사람이 계획적으로 실험실에서 만들어져서 여자들은 더 이상 아기를 낳는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500년 후의 랑랑별의 모습은 더 발전한 모습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삶을 반성하면서 과거로의 모습을 다시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정말 피나는 노력을 통해 사람 사는 맛이 없는 세상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다시 만들어 냈다는 때때롱의 할머니 말씀은 새겨 둘 만하다.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지구상의 무기는 돌멩이가 될 것이라 했던가?! 끝없는 발전은 지구의 멸망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이 동화는 은근슬쩍 하고 있다.  

"정말 안됐구나. 그래,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 있다가 태어나야 해. 사람은 손수 땀 흘리며 일을 해야 하고. 그래야만 건강한 사람으로 살 수 있지. 랑랑별 사람들도 앞으로는 로봇 같은 기계는 만들지 말고 힘껏 일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187쪽)  랑랑별의 이야기를 믿는 것도 같고, 믿지 않는 것도 같은 엄마의 말씀이다.

다시 읽어보니 재미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권정생 선생님의 겸손된 말씀과 함께 이 책은 재미를 넘어선 그 무엇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권정생 선생님이 혹시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 를 읽으셨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겹쳐지는 장면이 있다. 모든 것이 다 짜 맞추어져서 고통이 없는 세상은 우리 인간이 지향하는 이상향은 아니라는 것!!! 새겨 두어야 할 것 같다. 고통을 이겨내는 것,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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