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보아도 가슴이 셀레는 말~ 첫사랑! 

니 내 좋아하나? 언제 뽀뽀 해 줄 건데? - 12년 전 6학년을 가르칠 때 아이가 쓴 교환 일기장의 문구다. 그 일기장을 볼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공부시간에는 절대로 보지 말라는 여학생의 당부를 귀담아 듣지 않던 남학생이 수업 시간에 몰래 노트를 꺼내 보다가 담임 선생님에게 들켜 버려서 글 쓴 당사자인 우리 반 여학생의 담임인 내 손에 넘겨진 공책에 들어 있던 문구다.  

쪽팔려 게임!-작년 6학년을 할 때 수학여행지에서 진실게임을 통해 공식 커플이 탄생되었다. 그 이후로 아이들 사이에서 쪽팔려 게임(용어가 좀 그렇긴 하지만...)이 유행을 하였다. 손바닥과 손등을 차례로 딪히면서 쪽팔려라고 외치다가 '려~"에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의 주문을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것. 가령 예를 들어서 이긴 사람이 "지금 선생님에게 가서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온내이~" 하면 웃으면서 이건 게임이라서 하는 말일 뿐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말하고는 다시 돌아가서 또 게임에 몰두 하는 놀이다. 작년에 이 게임을 금지 시켰는데, 이유인 즉슨 아이들이 자꾸 이 게임을 해서는 공식 커플의 남자 아이에게 여자아이의 볼에 뽀뽀를 하라고 시키는 거다. 여자 아이는 싫지 않은 듯... 볼을 대 주고 있고! 어른의 눈에 다분히 문제 있어 보이는 놀이인지라 금지했는데, 그래서 아이들은 내가 미웠을까?  

저학년도 커플링을 교환하고, 남자 아이 보다는 여자 아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시절, 가슴 속의 말을 하지 못해 끙끙대던 우리네 시절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그 아이들 틈에는 동재와 같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아이들도 있으리라. 좋아하기 때문에 그 아이의 결점까지도 아름다워 보이는...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쩜 부모님과 달리, 공부와 성적이 아니라 이성 친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건 올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건 선생님만 알고 계셔요."면서 누굴 좋아한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건 그 이의 입을 벗어나는 순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모든 아이들이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로 공유된 채로 교실을 떠돌아 다닌다. 친구가 좋다고 해 주어서 좋은 아이(대개 퀸카, 킹카의 고백은 환영이다.)와 친구가 좋다고 해서 기분 나쁜 아이(간혹 이런 경우도 있다.)들이 한 교실에 좋아했다 싫어했다 하면서 아이들은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주인공인 동재는 같은 반 여학생인 연아를 남모르게 좋아한다. 찬혁이라는 아역 스타의 여친이라는 것이 장애가 되긴 했으나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터. 게다가 러브장 사건으로 토라진 연아가 찬혁이에게 등을 돌리려고 맘을 먹은 순간을 틈타 이복동생인 은재의 코치를 받으며 연아에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잡게 되었으니... 그들의 결말이 해피엔딩이었다면 첫사랑~ 이라는 성장 동화는 탄생하지 않았으리라. 이루지 못한 아련함을 간직한 채 성장통을 겪은 동재. 연아와의 사랑과 함께 부모의 이혼으로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게 된 아빠와 새엄마, 새엄마의 딸인 동생 은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절묘하게 잘 조화되어 맛깔스럽게 버무려진 동화인지라 아이들은 이 동화를 읽으면서 책 속에 푹 빠져 들 것 같다. 서툴러 실패가 언제나 예정되어 있는 첫사랑, 그래서 그 기억은 더욱 아릿하리라.  

동재처럼 가슴 설레였을 나의 첫사랑은 언제로 잡는 것이 좋을까를 곱씹어 보면서 책을 덮었다. (많아서 가늠할 수 없는 것인지, 적어서 가늠할 수 없는 것인지...) 5, 6학년 아이들을 주 연령층으로 한 동화이니 우리 반 아이들이 보기에 딱인 동화책이다. 아이들이 이 동화책을 통해 마음을 한뼘 더 키워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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