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전 한겨레 옛이야기 21
장주식 지음, 조혜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중고로 건진 책이 새책처럼 예쁘게 생겨 대단히 만족을 하며. 

이 책은 두 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책도 얇은데 두 편이 들어 있으니 아이들이 읽기 딱 좋게 잘 요약 해 두었다고 보면 되겠다.  

먼저, <허생전>. 대충 이야기는 알고 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궁금하여 샀는데,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허생이 10년 글읽기를 기약하였으나 일은 안 하고 글만 읽는다는 아내의 푸념에 7년 글을 읽고는 집을 나서게 된다. 그리고 서울에서 가장 부자라는 변부자를 찾아가서 대뜸 돈 만냥을 꾸어 달라고 하고. 허생의 기죽지 않은 당당함에 나름 사람 보는 눈을 가진 변부자는 두 말 없이 돈을 빌려 주는데... 그 돈으로 허생은 사재기를 한다. 과일과 열매를 모조리 사 들이자 돈 만냥이 졸지에 십만냥이 되고, 다시 제주에 가서 말총을 몽땅 사들여 또 엄청난 돈을 번다. 그 돈으로 섬에 가서 나라의 모든 도둑들을 다 들어 와 살게 하니(돈 주고, 땅 주고...) 나라에 들끓던 도둑이 다 사라지고! 최부자에게 이자쳐서 갚을 10만냥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다에 빠뜨렸더란다. (에고~ 그 돈 날로 주지.) 또 오랑캐를 쳐 없애는 걸 도와 달라고 찾아 온 대장군 이완에게 세 가지 방법을 알려 주는데, 첫째는 왕이 와서 세 번  찾아가 절할 수 있다면 제갈공명같은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는 것, 둘째는 굶주리는 백성에게 쌓아 두고 사는 자들의 땅, 곡식, 금은보화를 나누어 준다면 그 백성들이 나서서 나라를 구해 줄 것이라는 것, 셋째는 머리 좋고 집안 좋은 젊은이들을 뽑아 머리를 박박 깎고 오랑캐 옷을 입혀 오랑캐 나라로 보내어 그들의 학문과 풍습을 익히고 사귀게 하면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격이니 식은 죽 먹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이 장군은 과연 허생의 이 제안에 어떻게 했겠는가? 다음 날, 그래도 대단한 자라고 생각하고 한 번 더 찾아가 도움을 구하려 했으나 허생은 간 곳이 없더란다.  

책을 읽다보면 박지원이 참 대단한 인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 속에서의 해학과 풍자가 대단하며, 그 은근한 비꼼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가 참으로 대단하고, 그리고 실학자로서 실사구시를 하나하나 잘 짚어 둔 점이 대단하다.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나라를 흔들 수 있다니 우리 나라가 참 좁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며(그 당시에!), 그리고 나라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나랏님과 벼슬아치들을 향한 냉소가 통쾌하다.  

허생전이 이런 가르침으로 가득하다면 이춘풍전은 놀고 먹는(기생집을 드나들며) 조선의 남자들에게 한 방 펀치를 먹이는 글이다. 명절이면 TV를 통해 보았던 마당극 이춘풍전이 머리 속에 펼쳐지면서 그 때 그 재미가 새록새록 되살아 나서 무척 신나는 글읽기였다.  

물려 받은 많은 재산을 다 탕진한 춘풍은 아내에게 각서를 썼건만, 나랏돈을 빌려 장사 하러 간다고 평양으로 가서는 기생 추월이의 꾐에 빠져 일 년 만에 모든 돈을 몽땅 털리고 그 집 머슴이 되었더란다. 이 사실을 안 아내는 평양감사로 떠나는 뒷집 참판에게 부탁하여 남장을 하고 비장 자리를 얻어 평양으로 함께 떠나게 된다. 그 곳에서 추월이를 혼내주고 돈을 다시 이자를 조금 쳐 돌려 받고는 집으로 돌아 와 있는데... 이 놈의 정신 못 차린 서방, 춘풍은 거들먹 거리며 돈을 벌어 온 양 한다. 여전히 집 떠나면서 아내의 머리채를 흔들었던 버릇을 버리지 못하였으니 꽤심하기 그지 없다. 부인은 다시 비장의 차림으로 춘풍을 골려주고는 비장의 옷을 훌훌 벗어 버리는데, 춘풍은 이제 부인의 손 안에 있을 수 밖에!!! 춘풍은 진심으로 빌고 용서를 청하고는 버릇을 고치고 부인을 잘 받들어 모셨더란다.   

이런 요약 된 글, 풀어 쓴 글이나마 아이들이 접해 본다면 그 시절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읽어 손해 없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