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상을 탐하다 -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지음, 전미숙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가장 압권이라면 책사진들이 아닐까 싶다. 장소를 초월한 책읽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아찔아찔 쌓아 둔 책들도 현기증이 날만큼 아름답다. 단 하나, 글의 중간에(문장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두 페이지 분량의 사진과 설명이 들어 있는 것은 책읽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편집자는 무슨 의도로 이런 편집을 선택하였을까를 생각해 보느라 또 맘이 복잡했다. 이 책을 읽는 이라면 먼저 중간중간에 놓여 있는 사진을 만나보시기를 권한다. 그 사진을 읽으면서 이 책에 대한 호감이 더욱 상승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나는 책을 통해 아름다운 자신을 가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골라 읽는 책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고, 우리에게 아름답게 살라고 한다. 물론 양서를 잘 가려 읽을 능력이 있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를 가꾸면 그 나가 모여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이웃,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이 책은 이러한 책에 관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진 작가들(우리 시대 책벌레 29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탈레스에 대한 일화를 통해 인생의 방향을 잡았다는 파페포포의 작가 심승현님은 인생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공기를 마시는 것과 같이 중요하다고 했다.  

벤치에 앉아 책읽는 사람의 머리에서부터 나뭇잎이 자라 그 사람이 나무가 되고 그 나무가 베어 져 다시 책이 되고 그 책을 읽는 사람이 다시 나무가 되고... 라는 비빔툰의 작가 홍승우님의 <책과 나무>라는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안 심심하려고 책을 읽는다는 개그맨 전유성님, 내 인생의 책으로 안도현의 <<연어>>를 꼽고 그 책에 얽힌 개인적인 경험을 들려주는 피아니스트 이루마님, 책을 훔쳤노라고, 자신이 책도둑이었노라고 고백하는 성석제님, 책을 즐길 것을 권하는 시인 정은숙님, 책 속의 언어들은 부드럽고 견고하고 아름다운 보석이라는 작가 송경아님, 책읽기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만날 수 있어 틈만 나면 책을 읽는다는 공병호님, 가상의 도서관을 그려 본 허병두님, 척추를 세워 읽어야 할 책, 꼿꼿하게 읽어내어야 할 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문재시인, 독서는 세계를 향한 창을 여는 것이라고 말하는 홍세화님, 속독으로 인해 오독의 낭패감을 만났던 이야기를 통해 정독을 강조하는 하성란님, 책값이 그래도 싸다고 이야기하는 내가 좋아하는 옛이야기 작가 서정오님, 책을 통해 정신적 극장을 잘 유지하라는 도정일님, 평생 가슴에 품을 책 한 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축복 된 일인지 이야기 하는 이병률님, 다 읽은 책은 세상에 방출한다는 공선옥님, 도서관은 새로운 지식정보 사회를 살아가게 하는 '지혜의 등대'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용훈님, 도구적 책읽기로 전락한 책읽기가 아닌 마음의 양식으로 강조되어야 하는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안찬수님, 문학하는 사람은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는 입학면접 학생의 말을 인용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장영희님, 책벌레로 인생을 살게 된 것은 저주이지만, 그 저주는 또한 축복임을 이야기하는 조병준님, 어린시절 도서관의 추억을 들려주는 이명랑님, 페테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언니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가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 보았던 책이어서 이 책에 대한 언급이 무척 반가웠다.)를 통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하는 최재봉님, 한 권의 책이 되고 싶다는 정호승님, 책이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는 오한숙희님, 좋은 책이란 새로운 생각과 자극을 주는 것이라는 원근님, 런던의 서점들을 드나들며 보낸 행복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황대권님, 자연과학도로서 책과의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늦은 시기에 책과의 환상적인 만남을 했던 시간을 이야기 하는 함성호님!(와~ 많다.) 

이 많은 분들 이야기 중에서도 특별히 김상욱 선생님의 글이 개인적으로 처한 상황 때문에 마음에 무척 와 닿았다. 우리 아이들을 키울 교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책을 통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책읽는 제자를 키우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계신다는 뜻을 비추셨는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책을 자꾸 접하게 되면 책을 읽게 된다는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서 선생님이 보시기에 학생들(교대생) 책을 멀리하는 것 같지만, 때로 그 중의 몇은 함성호님이 그랬던 것처럼 어느 순간 자신에게 다가오는 책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좀 더 일찍 책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났더라면 좋겠지만, 지금이라도 얼마나 다행인가를 느끼는 나처럼 말이다.   

사진작 중에 무척 인상깊었던 것은 얼마 전에 일어난 사건과 관련하여 화장실에서 앉아 책읽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다. 남편이 화장실 화장지 위에 세워 둔 책 한 권이 위태로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도 치울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찬이가 "엄마, 내가 그럴려고 그런 거 아닌데(야단 맞지 않으려고 방어벽을 미리 치는 고단수!) 책이 변기통에 빠져 버렸어."하는 것이다. 아~ 무척 소중하게 다루고 싶었던 책,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이 뜻하지 않게 몸이 불어 버리는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 남편 왈~ 화장실용 책꽂이가 있을 것 같은데, 검색해서 그거 하나 사 주라!

이 책의 수입금은 전액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 본부에 기증되어 기적의 도서관이나 북스타트 운동 등에 사용된다고 하니 무척 반갑다. 그러니 이 책을 많이많이 사서 읽고 좋은 일을 하시길, 서정오님 말씀처럼 그래도 책값이 싸니까 말이다. 치킨 한 마리 안 시켜 먹으면 책 한 권은 문제없이 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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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30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찜했어요~~ 대박적립금 들어오면 바구니로 옮겨야죠~ㅎㅎ
우린 아들이 6학년 때 만든 책꽂이를 화장실 입구에 걸고 시집을 꽂아두었어요. 그런데 이용자가 없다는 거~ ㅜㅜ

희망찬샘 2009-01-30 11:21   좋아요 0 | URL
휘리릭 책장을 넘겨 본 남편은 이 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네요. 어떤 분 말씀처럼 이 책의 '생각보다 가벼움'이 조금은 실망스러웠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가볍게 읽히는 책을 무척 좋아하는지라...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그러고보면 책을 좋아하는 애독서가들이 무척 많아요, 그죠? 순오기님처럼 말이지요. 우리들에게도 지면 하나를 할애해 준다면 나름 할 말이 다 있잖아요. 그런 할 말들을 다 모아 둔 글이라고 보심 됩니다. 우리보다도 지명도 있는 사람들의 말이니 가치가 조금 더 높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