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쓴 일기 - 1학년 한 반 아이들이 쓴 일기 모음 보리 어린이 7
윤태규 / 보리 / 199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윤태규 선생님을 만난 것은 10여년 전쯤이다.  '우리교육'에서 주관하는 연수에 참여했다가 강사로 나오신 선생님 강의를 듣고 무척 많은 가르침을 받았더랬다. 당장 선생님이 쓰셨다는 <<일기 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를 사서 읽고는 책에 밑줄 좍좍 그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새롭다.  

1학년 아이들에게 그림일기를 쓰게 하지 않고 2학기 무렵부터 함께 일기장 형식이 아닌 그냥 공책에 일기쓰기를 시작하신다는 선생님! 날씨는 맑음, 흐림이 아닌 그 날의 상황을 나타낼 수 있도록 아주 자세하게 쓰라고 지도하신다셨고, 일기를 쓰기 시작한 시각과 마친 시각을 반드시 기록하게 하며, 생각이나 느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자세하게 쓰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올해 초 아이들과 일기쓰기에 대한 토론을 거친 다음에 매일 일기를 쓰도록 했던 방식을 바꾸어서 쓰고 싶은 날을 자기가 선택하여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일기를 쓰자고 약속을 하였다. 그랬더니 아이들의 일기글 수준이 무척 낮아져서 문집에 추려넣을 좋은 글을 찾아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물론 하루 일과가 거의 비슷해서 일기 소재를 찾아내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비슷한 일상 중에도 정말 할 말 많은 날이 있는데, 매일 쓰기를 하지 않으니 그런 재미있는 일들이 있는 날들도 일기 기록이 잘 남지 않아 '일기쓰기 지도'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한 해라는 느낌이 든다. 일기쓰기 지도는 매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훨씬 도움이 될 듯하다. 물론 아주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에는 건너 뛸 수 있다는 당연한 원칙도 두어야 하지만.

본문에는 선생님의 지도 말씀과 함께 아이들이 하루동안 겪었던 일을 자세하게 쓴 내용의 일기들이 나오는데, 쓰고 싶어 몸살이 날 때를 맞추어 일기쓰기를 시작한다는 선생님 말씀처럼 1학년 수준으로 보기에는 힘들 정도의 긴 글들(물론 이런 긴 글을 쓰기 위해서 아이들은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을 써 내려 간 걸 보면 교사의 지도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뒤에 이 책을 읽는 어린이를 위한 보너스가 나오는데, 바로 일기쓰기를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하는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정직하게, 자세하게, 저녁밥을 먹기 전에, 글자를 몰라도 아는대로 씩씩하게! 쓰라고 하신다. 일깃감을 고를 때는 세 개의 요술방망이를 두드리라는 말씀도 해 주신다. 누구에게 이야기 해 주고 싶은 일인가? 어느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 이야기인가? 걱정이 되거나 화가 나는 일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서 일기를 써 보면 더욱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1학년 아이들 일기 모음집이기는 하지만, 거짓 일기를 쓰는 아이들, 쓰기 싫어 죽을 것 같지만, 혼나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내용의 일기를 쓰는 아이들, 두 권의 일기장(비밀일기와 검사용 일기) 속에서 고된 일기 숙제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물론 이 경우는 고학년에 해당이 되겠지?!)에게 일기쓰기를 고민하게 하고 그리고 신나게 써 보라고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선생님과 부모님에게는 일기쓰기로 국어 공부를 시키지 말 것(틀린 글자를 자꾸 고쳐주면 아이가 글쓰기를 두려워 한다.), 특별한 일을 쓰라고 하지 말 것(너무 신나게 논 날은 오히려 너무 신나게 노느라 시간이 없어 일기를 못 쓸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던 기억이 난다.), 길게 쓰라고 하지 말 것(길게 쓰라고 하지 말고 자세하게 쓰라고 해야 한다.), 잠자기 바로 전에 일기를 쓰게 하지 말 것(잠이 오면 절대로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생활을 반성하는 것이 일기라고 하지 말 것(정직하게 써야 한다.), 생각이나 느낌을 넣어 쓰라고 하지 말 것, 열 칸짜리 보통 공책에 쓰도록 할 것, 일기장 내용을 두고 어떤 간섭도 하지 말 것, 일기를 숙제로 쓰게 하지 말 것(일기느 생활이다!), 그림 일기로 시작하지 말 것(이중 표현이며 또 다른 고역이다.), 절대로 대신 써 주지 말 것(서투름을 보고 넘겨야 제대로 쓸 수 있다.), 어른부터 일기 쓰는 모습을 보여 줄 것, 아이의 일기장을 소중히 여길 것! 등을 이야기 해 주고 계셔서 어른들에게도 무척 유익한 책이다.  

이제 딸 아이가 1학년이 되려고 한다. 지금 유치원에서는 그림일기쓰기를 시작했고, 방학 숙제로 엄마랑 그림일기를 써 오라는 숙제가 나왔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규칙을 지켜 나가기에는 우리 아이의 수준이 안 되어 엄마가 불러주고 아이가 받아쓰면서 일기를 썼는데,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제대로 일기를 쓰게 하기 위해서 일기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도록 권할 생각이다.  

참 좋은 책이라 많은 분들이 읽은 것 같다. 일기 쓰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는 것이 고된 부모님이라면 이 책을 함께 읽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9-01-20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기 쓰기 어떻게 지도할까'는 정말 부모님이 꼭 봐야할 책이죠.
나도 많이 도움받았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많이 적용했지요.^^

희망찬샘 2009-01-20 05:53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보관하고 있는 책 중 하나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