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싸게 팔아요 콩깍지 문고 3
임정자 지음, 김영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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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서 정말 잘 한 한 가지가 있다면 희망이에게 동생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요즘 한창 생각하고 있다.  

동생이랑 얼마나 알콩달콩 재미나게 노는지, 그 틈에 엄마는 또 요리조리 편안하게 얼마나 다른 일을 많이 할 수 있는지... 요즘은 "얘들아, 엄마 일해야 하니까 너희 둘이 알아서 놀아라."하면 둘이서 입을 보아 "네!"한다. 그렇다고 뭐 항상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아니다. 작년 이맘때쯤 동생이 어려 한창 엄마에게 응석을 부릴 때, 엄마 품을 완전히 빼앗겼다는 생각이 드는지 희망이는 내게 와서 귓속말로 살짝 "엄마,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 해서 엄마 가슴을 뜨끔하게 한 적도 있다. 내가 자꾸 세뇌 시키는 감도 있지만, 요즘은 동생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정말 큰일날 뻔 했지. 라는 쪽으로 한 표를 던지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딱 우리 아이 또래의 두 주인공이 나온다. 희망이 또래로 보이는 누나와 찬이 또래로 보이는 동생. 얄미운 동생을 팔러 가는 누나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짱짱이는 뭐든지 다 파는 시장에 동생을 팔러 간다. 동생을 자전거 뒷자석에 앉히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장난감 가게 언니, 꽃집 할아버지, 빵집 아줌마를 거치면서 동생의 가격은 점점 싸지지만, 모두에게서 퇴짜 맞은 맘은 짱짱이의 얼굴을 이그러뜨린다. 이어 나타나는 친구 순이가 짱짱이에게 어디가냐고 묻는다.  

동생 팔러 간다. 동생은 왜? 내 동생은 만날 이쁜 척 알랑거리고 고자질쟁이에다 욕심꾸러기 먹보라서. 에이 그런 동생을 누가 사? 거저 주지, 뭐. 거저 줘도 싫다. 

이쯤에서 갑자기 심각해지는 짱짱이. 거저 줘도 싫다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동생은 나쁜 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점도 많다. 잘 땐 이쁘고 엄마 놀이할 때 아기 시켜 주면 잘 하고, 공주 놀이할 때 하녀 시켜 줘도 잘 하고... 

반짝이는 순이 눈 :  왕자님도 할 줄 알아? 심부름도 잘 해? 거저 준다고 했지? 

돌변한 순이의 태도에 갑자기 사태 파악을 한 짱짱이는 동생 팔을 잡고 안 빼앗기려고 동생 사수 작전에 돌입하고.  

그렇게 갔던 길을 되돌아 오면서 동생을 팔라고 말하는 빵집 아줌마, 꽃집 할아버지, 장난감 가게 언니에게 동생의 좋은 점을 이야기 하다 보니 점점 동생을 팔 수 없게 된다. 이렇게 귀하고 귀한 동생을 먹어 없어지는 빵과도 바꿀 수 없고, 시들어 버리는 꽃과도 바꿀 수 없고, 싫증 나는 인형과도 바꿀 수 없다. 짱짱이는 그 긴 여정을 통해 동생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된 거다.  

마지막 장면이 정말 압권이다. 자전거 뒷자석에 앉아서 양갈래로 묶은 누나 머리를 잡아 당기는 동생, 일그러지는 짱짱이 얼굴. 하하하~ 

아이들도 이 책을 유쾌한 맘으로 만날 수 있겠다. 그리고 유아 수준에서 동생의 의미를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동생과 싸우면서 화해하고 그리고 재미있게 놀면서 자란다. 하지만, 아이들에 따라서 유난히 동생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아이들이 있다.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인 아이들을 몇 보았다. 한 아이는 쌍둥이 동생을 보살피라는 부모님의 압력에 엄청난 스트레스로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인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경우 부모는 그저 동생을 돌보라고 큰 아이에게 작은 아이를 맡길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누나, 언니와 아울러 동생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세뇌 시키고 동생은 어리기 때문에 더 많이 보호받는 것이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큰 아이에 대한 사랑을 자꾸 확인 시켜 주어야 할 것 같다. 많이 안아 주고, 많이 이야기 나누어 주고, 많이 믿어 주고... 또 어떤 아이는 첫 손자로서 자기에게만 쏠리던 관심이 동생이 태어나면서 동생 쪽으로 쏠리는 것을 통해 심각한 충격을 받고 틱 장애가 생긴 것 같다는 경우도 있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것은 우리가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세상 변화라고 한다. 하지만, 이 변화를 짱짱이처럼 잘 극복만 해 낸다면 인생의 동반자로서 형제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누나가 참아주고 양보하니, 동생도 누나의 그런 모습을 배우고, 누나가 화를 내니 동생도 고함을 치고 화를 낸다. 누나는 동생의 거울이 되었다. 희망찬 아이들은 오늘도 싸우고 화해하면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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