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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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작년이었다. 미하엘 엔데에 관심을 가지고, 그의 <<모모>>를 읽고, 아이들에게 소개를 해 주었더니, 4학년인데도 그 책이 재미있다며 읽어내는 아이들이 있었다. 긴 책에 도전하여 성공한 후 자신의 독서수준을 한층 높인 아이들은 책읽기에 속도가 붙었다. 아이들이 과연 <<모모>>를 제대로 이해했을까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 철학적인 내용은 어른이 되어 꼭 다시 한 번 더 책을 읽고 새겨 보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작가의 <<냄비와 국자 전쟁>>,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재미있게 같이 읽었다. 어느 날, 점심 시간. 아이들이 미하엘 엔데의 또 다른 책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 보라고 한다. 그래서 알라딘에 들어와서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이 책이 나오는거다. 그런데 페이지가 아이들이 감당해 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학급문고용이 아닌 내 개인용으로 소장하자 싶어 책을 샀다. 그것이 올 2월경이었던 것 같다. 책에 관심이 있거들랑, 너희들 5학년 되어 우리 교실에 빌리러 와라 그렇게 말하면서 학년을 마무리 했다. 봄방학 중 <<모모>>에 뿅 갔던 지창이가 전화를 해서는 "선생님, 저 <<끝없는 이야기>> 샀어요."하는 거다. 그리고 그거 다 읽고는 친구에게 빌려도 주고.  

지금 현재 우리 반에 있는 가장 두꺼운 책인 이 책을 읽어 낸 아이가 여럿 있다. 혜진이는 한 학기에 걸쳐 이 책을 읽길래, 그 책 읽을 동안 다른 책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말해주어도 꼭 읽고야 말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기어코 다 읽어 냈다. 책의 내용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에 쥐내린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겨울 방학 중에 집에 가서 책을 읽겠다고 했던 현정이에게 "이 책 한 번 읽었잖아."했더니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더 읽으려고요."한다.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매개장치로는 문('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죽음('사자왕 형제의 모험'), 담('영모가 사라졌다')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 책의 주인공인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는 책을 매개로 한다. 이름인 북스와 책과도 어떤 연관성이 있는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환상세계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통해 정말 엔데가 대단한 작가임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김서정은 <<멋진 판타지>>에서 엔데가 이 책이 영화화 되는 것을 반대하여 법정 투쟁까지 했다고 적어 두었다. 그래서 나도 그 영화를 보지 않아야겠다고 맘 먹었다고 이야기 해 주었더니 은진이가 "작가가 반대하면 책의 내용을 영화화 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그런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싶다. 내가 알지 못하는 복잡하고 자세한 이야기가 또 있나 보다. 처음에는 허락을 했는데, 영화의 내용을 보고 책의 내용을 훼손시켰다는 생각에 다시 반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치기는 하는데... 

엔데는 이 이야기를 처음에는 짧게 끝내려고 했는데, 그의 손끝에서 이야기가 폭발해 버렸다고 한다. 정말 이야기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은 바스티안을 어떻게 현실 세계로 나오게 할까? 하는 거였다. 더군다나 모든 기억, 심지어 자신의 이름까지도 잊어먹은 그를 말이다. 

바스티안의 새로운 소망은 환상세계의 다른 이야기들을 낳게 되고, 바스티안의 기억을 하나하나 앗아간다, 안타깝게도! 하지만, 현실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은 결국은 가족애였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슬픔에만 갇혀 자식의 존재를 잊고 있던 아버지가 하루동안(세상에! 하루라니!!!) 사라진 아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 전체에서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한다.  

뚱뚱하고 못생기고 자신감 없던 소년은 환상세계에서 어떻게 자신을 잃었으며 동시에 자신을 찾았을까? 아트레유의 뜨거운 우정 덕에 여러 위험 속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바스티안. 늙은 황제들의 도시에서 황제가 되려던 마지막 순간에 아트레유에 의해 좌절을 하게 되는데. 만약 황제가 되는 것에 성공했다면 앞서 환상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현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그런 것처럼 현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를 잃은 채 늙은 황제의 도시를 방황했으리라.  

길기는 하지만,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 띄엄띄엄 읽어 머리 속에 남아있는 이야기도 이리저리 흩어져 버렸다. 언제 시간 내어서 제대로 한 번 다시 읽어보리라. 꼭.  

*사실, 이 위대한 책에 대한 느낌을 잘 쓸 자신이 없어 쓰지 않으려 했지만, 간략하게나마 이렇게 읽었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라도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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