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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윌러비 가족 ㅣ 생각하는 책이 좋아 2
로이스 로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소개를 여러 번 보았다. 호감이 가는 책이었다. 계속 찜해 두었다가 이번에 샀는데!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
우선 우둘투둘한 책표지도 맘에 들었다. 읽으면서 책을 만지는 기분도 참 좋았고.
내가 읽은 책들은 창작부분으로 보면, 참 경쾌한 이야기거나 아님 조금 슬픈 이야기여서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긴 해도 기분을 조금 우울하게 만드는 그런 책들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두 종류의 책들과는 또 다른 무엇이 있었다.
세상에! 부모는 자식들이 모두 사라지기를 바라고, 자식들은 부모가 죽어 없어지기를 바라다니! 그런데, 그게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걸 보니 작가는 정말 재주가 대단하다. 물론 발상자체가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정말 비교육적이고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다 자기 부모를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그런 맘을 먹을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다. 책은 책이니까.
이 책에 붙는 설명에 보니 패러디 동화라고 되어 있었다.
옛날 이야기에 나올법한 등장인물들이 옛날 이야기(소위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들을 언급해 가면서 진행 되는 책 내용은 짧은 대화가 많아서 속도도 무철 잘 나간다.
맏인 12살 티모시(팀)와 쌍둥이라는 이유로 이름도 똑같이 지어버린 10살인 두 바나비들(A와 B로 불린다.)과 부모가 자기 딸이 있는지, 없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7살 제인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아이들은 무자비한 부모를 닮아 나름 무자비하다. 집 앞에 버려진 아기를 다시 다른 집 앞에 버려버리까지 하는데. 부모는 아이들을 보모에게 맡기고는 집을 부동산에 내 놓고 여행을 떠나 버린다. 이웃에는 아이들이 아기를 다시 내다 버린 우울한 사업가인 멜라노프씨가 살고 있다. 이 사업가가 우울한 이유는 스위스로 여행을 떠난 아내와 아들이 눈에 묻혀 실종되었다는 사실과 구조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인데, 그러한 반복되는 소식들 때문에 더 이상 살펴보지 않게 된 편지 속에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보지 못해서 계속 우울하게 지내게 된 거다.
부모에게서 버려진 아이들과 아내와 자식을 잃은 우울한 사업가는 버려진 아기 덕에 함께 합쳐서(집이 팔려버리는 바람에 보모와 아이들이 갈 곳이 없고, 아기에게는 새 보모가 필요했다.) 행복하게 잘 살았고, 위험한 곳으로 여행을 떠났던 부모는 등산 중에 냉동인간이 되어 버렸고, 새 삶을 선택한 사업가의 아내와 새아빠에게서 쫓겨나다시피 한 사업가의 진짜 아들은 지구를 반바퀴 돌아 아빠를 찾아오게 된다.
이야기는 그런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야기가 참으로 독특하다.
작가는 명작에 나오는 고아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서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책에 덧붙여진 고아들이 나오는 명작에 대한 호기심을 일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읽다가 끝내지 못한 메리포핀스를 마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으니 말이다.
옮긴이의 말을 잠깐 빌리자면, 옛이야기를 발칙하게 패러디한 이 책은 한마디로 가장 현대적인 옛이야기(원래 옛이야기들이 잔인하고 끔찍한 점들이 많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니)이자, 가장 예스러운 현대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말이 필요없다. 일단 한 번 읽어보시라. 다 읽고 나면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