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해서....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책을 읽는 중 여러 날 잠자리가 뒤숭숭하다. 엄마에게 잘 하지 못한 죄인이라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나는 엄마에게 좀 더 효녀 노릇을 하였을까?

최근 읽은 박기범의 <<엄마와 나>>랑 무척 닮은 책, 그러면서도 다른 책.

다른점을 찾자면, 하나는 넌픽션, 이 책은 픽션이라는 점, 하나는 살아있는 엄마의 이야기이나 이 책은 엄마의 부재를 통한 엄마의 이야기라는 점, 하나는 남자가 작가라는 점, 이 책은 여자가 작가라는 점...

같은 점을 들라면, 한 많고, 눈물많은 세월을 산 억울한 것 많은 엄마의 이야기라는 것. 그 엄마를 새롭게 만나게 되는 이야기라는 점, 그리고 마음에 비가 내리게 한다는 점, 나를 무척 우울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는 점...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사연을 담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런 저런 사연들은 가슴을 절이게 하기도 하고, 그 사연들 때문에 우울해 지기도 하고, 세상이 모두 회색빛이 되기도 한다. 부모에게 잘못해서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에고 쯧쯧~'할 수 없을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부끄러운 나는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남을 비난하기 앞서 고개가 그저 숙여질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에 대해 왜 그리 답답한 맘이 드는지! 그러면서도 남아 있는 한쪽 부모에 대한 애틋한 맘으로 더욱 잘해야지, 하는 맘이 안 들어 더욱 속이 상하기만 하다. 받은 것이 없어 돌려줄 것이 없다는 이기적인 맘은 부모가 떠난 뒤에 어떤 후회로 남아 내 마음을 후벼 팔지 모를 일이다.

너, 그, 당신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사라지고 난 뒤의 엄마를 그제서야 제대로 찾아보는, 전단지를 붙이고, 발품을 팔아 찾아나서는 것 말고, 시간 태엽을 되돌려 찾아보게 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쩜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이야기, 아니,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끔했다.

나는 왜 그리 엄마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드리지 못했을까? 들어드리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했더라면 이렇게 가슴이 시리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리고 이런 책(박기범의 책과 함께)을 일 년만 더 일찍 만났더라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거다.

나는 어릴 적에 자식을 네 명이나 두고(물론 이웃에 자식을 여섯 둔 아주머니는 우리집을 보면서 넷만 돼도 참 좋겠다 하셨다.)이리뛰고 저리뛰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안 해 본 것 없는 엄마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였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는 고등학교는 여상으로 가서 빨리 취직을 해서 돈을 벌어서 엄마 허리를 펴 드려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그런데, 학교도 중간에 진로를 바꾸는 바람에 남보다 더 많이 다녀서 엄마 고생을 더 많이 시킨 것 같다.

엄마는 돼지국밥을 무척 좋아하셨다. 조카 때문에 서울 언니집에 계시면서도 부산에 내려오실 때면 다른 맛있는 거 다 놔두고 돼지국밥이 너무 먹고 싶다고 그거 먹으러 가자 하셨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산소에 갈 때도 동생은 엄마가 좋아하셨던 돼지국밥을 사갈까 그랬다. 그러면서 어쩌면 생선 대가리가 가장 맛있다고 해서 금의환향하는 아들이 부둣가에서 생선 대가리를 잔뜩 사오니 대성통곡했더라는 옛 이야기의 어머니처럼... 우리 엄마는 정말 돼지국밥을 좋아하셨을까? 하고 말했다. 엄마는 정말 무얼 좋아하셨을까?

제 살 길 찾아 떠난 자식들, 어버이날 자식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내려오지 않자, 직접 카네이션을 사서 남편과 자신의 가슴에 달았던 엄마. 그러고 보니 나도 창피해서 카네이션 같은 거 어떻게 달고 다니냐는 엄마 말을 믿고 카네이션을 사 드리지 않았던 해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 우리 엄마는 또 얼마나 서운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눈 앞이 흐릿해진다.

자신의 생일은 남편의 생일에 같이 묶어서 지내고, 그 생일날도 바쁜 자식들 일일이 시골에 내려오라 할 수 없어서 부부가 올라가다가 서울역 지하철에서 평생 앞서만 가던 남편 뒤를 제대로 쫓지 못해 길을 잃고 마는 엄마.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지 않는 엄마. 그 엄마로 인해 얼마나 많은 딸들이 함께 울었을까!

아이랑 실컷 놀아주고는 남편은 묻는다. "찬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정도 놀아주었으니 대답도 바뀔 법 하다는 자신감으로 물었지만, 찬이는 헤헤 웃으며 거침없이 "엄마가 좋아."하고 말한다. 이처럼 엄마란 모든 이에게 있어 아빠가 대신할 수 없는 절대적인 사랑으로 대치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아닐까?

아, 나도 엄마를 부탁해야겠다. 내가 태어나서 만난 가장 마음씨 고운 사람, 법 없어도 살 것 같았던 사람, 온 몸으로 자식들에게 인간다움을 가르치셨던 분, 우리 엄마를 하느님, 잘 보살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