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보 막동이 한겨레 옛이야기 9
송언 지음, 남은미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서정오 선생님의 이야기 책에서도 만난 이야기 몇 편이 이 책에 보인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꾀보 막둥이>와 <괴짜 방학중>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입말체로 구수하게 적혀 있어 이야기를 읽고는 있지만, 마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생각이 들게 한다.

<꾀보 막동이>는 낮은 신분 때문에 억울 할 것 많은 이들의 맘을 시원하게 풀어 줄 그런 이야기다. 옛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나마 대리만족을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낮은 신분이었지만, 꾀로 신분을 한 단계 상승 시켰고, 그리고 주인의 예쁜 딸까지 아내로 맞아 들인 막동이는 여전히 장인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었지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도 지혜로 위기를 잘 극복하여 장인을 두손두발 다 들게 만들어 버린다.

<괴짜 방학중>의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도 '아무도 못 당하는 괴짜'이야기가 참 웃겼다. 담배 장수에게 담배를 한 대 팔아라 하는 것이 아니라 달라고 하니 줄리가 있나. 그게 꽤심하다고 담배장수를 골탕 먹인 일은 참 어이없으면서도 웃기다. 머리는 좋은데 크게 발전적인 일에 기여하지 않고 잔머리를 잘 굴리는 잔머리의 대가라고나 할까! 배 아프다고 돗자리 장수에게 울타리를 쳐 달라 해서 똥을 누고 더럽다고 똥을 치우라니 똥을 쳐서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고 돈 꾸어 쓴 거 갚기 싫다고 죽어 저승에 다녀 온 체 하는... 어찌보면 도덕성이 좀 결여 된 듯한 면이 있어 막둥이에 비해 조금 얄미운 인물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늘상 이야기 하는 것 중 하나가 친구들과 장난을 칠 수 있지만, 나도 즐겁고 친구도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친구가 그 장난을 싫어하면 그것은 그 순간 장난이 아니라 괴롭힘으로 탈바꿈하는 거라고. 그런 점에서 보면 방학중의 모든 행동은 남들을 괴롭게 하면서 자기 혼자 낄낄 거릴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다. 이 책이 참 재미있었는데, 읽으면서도 맘이 조금 불편하다는 느낌이 든 것이 바로 이런 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송언 선생님이 지으셨다는 이 책은 내가 맘으로 생각은 하지만, 도덕적으로 찔려서 못하는 것들을 다른 사람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맘으로 읽으면 좋겠다. 남을 골탕먹이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나오니까. 단 하나, 따라하기는 금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