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우리시 그림책 2
주동민 지음, 조은수 그림 / 창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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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주동민

내 동생은 2학년

구구단을 못 외워서

내가 2학년 교실에 끌려갔다.

2학년 아이들이 보는데

내 동생 선생님이

"야,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해라."

나는 쥐구멍에 들어갈 듯

고개를 숙였다.

2학년 교실을 나와

동생에게

"야, 집에 가서 모르는 거 있으면 좀 물어 봐."

동생은 한숨을 푸우 쉬고

교실에 들어갔다.

집에 가니 밖에서

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놀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밥 먹고 자길래

이불을 덮어 주었다.

나는 구구단이 밉다.

 

라는 시를 그림책으로 엮어 두었다.

이 시는 주동민 어린이가 6학년 때 (1991) 썼다는 글이다. 이 시를 처음 만난 것이 어떤 책이었는지 모르겠다. 원문 출처가 <<엄마의 런닝구>>인데, 그곳에서 만났는지, 아니면 다른 책에서 만났는지... 하여튼 내가 읽었던 책 전체에서 가장 맘에 남아서 당시 구구단을 열심히 외우고 있던 우리 반 2학년 아이들에게 이 시를 읽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형아를 꾸짖으려고 하기 보다는 아무리 지도해도 안 되니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닐까? (같은 전과가 있는 자로서의 자기 변명이다.) 하지만, 형아의 입장에서는 정말 많이 부끄러울 수 있겠다 싶어 나도 다시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울러 동생을 사랑하는 형(오빠?)의 마음이 찡하게 나를 울렸던 그런 시였다.

그 시가 이렇게 그림책으로 나와 있다니. 이 시는 마음을 밝고 경쾌하게, 가볍게 해 주는 시는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참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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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01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읽으며 이불을 덮어주는 형의 마음이 찡하게 울렸어요. 엄마의 런닝구에 실렸는데, 여기저기 많이 인용되는 걸 봤어요. 선생님이 혹은 어른들이 자칫 범하기 쉬운 잘못이죠~ 나도 역시 죄없다 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