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20
이청준 지음, 이진우 그림, 방민호,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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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영화 '밀양' 덕이었다.

그 영화는 웬만해선 책이나 영화의 감동에 울지 않는 나를 울려 버렸고, 원작을 찾게 만들었다. 원작과 영화는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지만, 또 비슷했다. 일단 얄팍한 책의 두께에 마음이 푸근해 졌고... 하지만, 영화와 책을 통해 한 번 더 느낀 것은, 감동적인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참 맘을 씁쓸하게 하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책을 봐도 마음의 불편함은 마찬가지구나 하는 거였다.

그리고 이청준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는(누군가가 그렇게 표현했다.) 이 책 <<당신들의 천국>>을 최근에 읽었다. 이 책 읽느라 지하철을 4구역이나 지나쳐 버려서 돌아가는 쓰라림을 겪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중에 작가의 타계 소식을 들었다. (YES 24에 들어가서 작가의 명복도 잠깐 빌고.) 덕분에 책도 좀 더 경건한 맘으로 읽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내가 하는 많은 일들이 남을 위하는 일인양 하면서 결국 나를 위한 일들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주정수 원장과 조백헌 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이 지어진 때가 1976년. 박정희 정권 하에서 핍박받는 민초들의 삶을 소록도의 환우들의 고통에 대응시킬 수 있다는 작품 해설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 보았다.

소록도라는 공간적 배경 덕에 자꾸만 나병 환자들 속에서 그들과 하나 되어 살아가다 결국 나병에 걸려 돌아가신 다미안 신부님의 얼굴이 겹쳐졌다. 신부님 따라 다미안이라는 세례명을 가지게 된 우리 찬이도 생각하면서, 찬이가 커서 훗날 다미안 신부님의 전기와 이 책을 읽을 때의 맘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겠다는 아주 먼 거리의 이야기도 혼자 그려본다.

이 책은 다 읽은 후 읽을 동안의 긴장감과 재미와 아울러 무언가 빠진 듯한 허전함이 많이 느껴졌다. 그 이유가 뭘까? 가만 생각해 보니 책이 너무 친절했다는 거다.

교과서 한국문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기획 된 이 도서는 논술을 염두에 두고, 본문의 내용 중 일부를 따서 문제도 만들어져 있고, 책을 읽기 전에 등장인물들을 비롯하여 책의 대강의 내용이 설명 되어 있다. 독자가 책을 따라 그려 보아야 할 이미지들, 그리고 독자가 새겨 보아야 할 제목의 의미들을 너무나도 친절하게 다 설명 해 두고 있다는 거다. 그런 부분이 책의 앞머리에 떡 버티고 있으니 읽기 전에 책의 김을 확실하게 빼 버린다고나 할까? (너무 친절한 거 별로 좋지 않은 거 같다.) 다음에 이 시리즈를 다시 접하게 된다면 다른 글 일체 읽지 않고, 본문부터 읽기 시작할 생각이다.

하나 더, 무언가 사건을 하나 만들어 낼 것만 같았던 이상욱, 윤해원, 서미연의 관계가 아무 일도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것. 물론 해원과 미연은 정상인과 환우간의 결합이라는 의미로 어울려 살아감으로써 나환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 하나를 제시해 줄지는 모르지만(이것도 의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뉘앙스만 풍긴 채 그냥 다른 일들에 묻혀 가 버린 점들은 조금 의아스러웠다.

당신들의 천국을 꿈꾸는 자들은 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 여겨 들어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따져 보아야 할 일이다. 보다 더 큰 대의는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교과서 한국문학 시리즈-휴이넘에서 나온 이 책들을 차근차근 만나 보는 것도 문학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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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01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청준 책읽기 만만치 않죠? 딱딱하고 문체는 거칠고(?) 하여간 깊이 있는 주제 때문인지 문학상은 많이 받았지만 독자 입장에서 읽기 쉬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만 그런지 모르지만...^^ 난 열림원에서 나온 이청준 시리즈로 만나거든요~ 논술을 내세운 책들은 별로 땡기지 않아요. 물론 청소년에겐 큰(?) 도움될지 모르지만...너무 친절한 해설은 독자의 몫을 빼앗는 횡포를 범하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