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하는 교실 - 여희숙 선생님의 토론지도 길라잡이
여희숙 지음 / 노브16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토론 관련 연수에서 참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었다. 강사님 이름은 생각이 안 나지만... 사회과 교과서 작업도 하셨다는 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토론을 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동시에 어떤 소리(환청)를 듣는다는 거다. "얘들아, 지금부터 놀아봐봐봐봐~~~~" 그러면 아이들은 그 소리에 응답하느라 열심히 논다는 것이다. 아! 바로 그거였구나. 나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토론은 어떻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전혀 알려 주지 않은 채 그냥 토론 해 보라고만 했구나, 하면서 가슴을 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보았다. 토론에 관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전반적인 이야기가 넘쳐 나지만, 찬반토론의 형식과 절차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서울쪽 초등 토론 대회의 동영상을 보았다. 논제는 "초등학교에서의 한자 교육이 필요한가?"라는 것이었고, 아이들의 찬반 토론과 질의응답을 보면서, 아 이렇게 하는구나. 작전시간은 이래서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아주 어렴풋이 깨달았다. 여전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의 진도를 이제는 좀 빼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경험이었다.

그러다가 독서토론 지도교사 직무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실제로 토론에 참여하도록 구성되어 있는 교육과정 속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먼저, 바람직한 독서교육의 구체적인 방법들이라는 논제로 피라미드 토론을 실시하였다. 세 개의 카드를 준비하여 나의 의견을 쓰고, 두 사람이 만나서 1:1 토론을 하였다. 그 결과 여섯 개 중 세 개를 버리고 다시 2:2로 만나 세 개 버리고 세 개 선택... 4:4로 반복하여서 남겨진 세 개를 가지고 전지에 종이를 붙이고 제목 붙이고 꾸미는 거다. 아이들과 사회과 수업 하면서 적용 해 볼만한 방식이다. 역피라미드 토론법.

그리고 원탁모둠 토론을 거쳐 패널을 선정한 후 직소우 토론 형식으로 책에 대한 자유 토론을 실시하였다. <<연을 쫓는 아이>>라는 할 말 많은 소설을 선정하여 실시한 패널 토론은 패널들이 많이 나와서 3분씩 모두 3회를 실시하는 바람에 조금 지겨운 감은 있었으나, 독서토론이 이렇게 진행되나 보다는 감을 확실히 잡게 해 주었다.

<<유진과 유진>>을 읽고서는 찬반토론 형식의 'CEDA토론'을 실시하였는데, 논제는 '건우가 큰유진과 사귀려 할 때, 건우 엄마가 취한 태도는 자식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다.'였다. 이 때 찬성, 반대는 자기 의사가 아니라 주어지는 거라는 것이 묘미가 있는 것 같다. 반대를 하고 싶지만, 찬성을 하게 된 경우 토론 진행을 위해 자신과 다른 입장을 이해 해 보는 것, 이것이 바로 토론이 주는 교육적 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토론이라는 것은 경쟁해서 이기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해하면서 남의 의견을 수용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강사님의 말씀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에서는 서울대 이병민 교수의 말을 빌어 토론의 전제를 '타인에게 설득당할 자세를 갖추는 것'이라 했고, 여희숙 선생님은 다른 말로 '토론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옮기셨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 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왜 여희숙 선생님의 책 이야기를 하다가 토론 연수를 끄집어 냈냐면, 솔직히 참 좋은 책일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잡은 책이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배경 지식이 부족하여 책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토론 연수를 받고 나서 책을 계속 읽으니 책에서 이야기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주 쉽게 이해가 되어 진도가 쑥쑥 나갔기 때문이다. 책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다 충족 된 상태에서 읽는 것이 책의 이해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참 많이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토론 학습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2장은 토론의 기초와 기본 내용을, 3장은 토론 지도의 실제 내용을, 4장은 토론 수업 따라하기로 정리 해 두었다. 그리고 후기와 토론하기 좋을 논제와 수업 지도안 등이 실려 있는 부록까지.

토론을 지도할 때는 여희숙 선생님처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만드는 6가지 원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평소 토론 가능한 주제의 안건에 대해 *자신의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찾아 그것을 제시하고, *이유의 옳음을 설명하고, 즉 논증을 하고 *나의 결론에 반대 또는 대조되는 의견(반론)이나 생각을 고려하여 내 생각과 견주어 그것이 비논리적임을 보여주거나 잘못됨을 지적하고 *예외를 정리하여 보여준다.

이를 쉽게 다시 적으면, 안건, 결론, 이유, 설명, 반론에 대한 고려(반론꺾기), 정리가 되겠다. 아이들에게 이것부터 지도하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책에서 제시 된 토론의 절차는 이번 연수에서 받은 토론의 절차와 조금 차이가 있다. CEDA토론에서 그 순서는 찬성 토론자가 시작해서 찬성 토론자가 마무리 한다는 것, 또 상대측에 질문(교차심문)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작전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는 것은 같다. 물론 토론의 유형과 형식은 진행자가 잡기에 따라 그 모형이 정해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안내 받은 교실 CEDA모형이 맘에 들어 잠깐 옮겨 본다.

*토론자는 찬성, 반대 각 4명이며 교실수업 모형으로 총 소요시간이 40분 주어지면 순서는 다음과 같다.

긍정측 1토론자의 입론(2분)--->부정측 3, 4 토론자의 교차심문(5분)--->작전타임(2분)--->부정측 2토론자의 반론(2분)--->긍정측 2 토론자의 반론(2분)--->긍정측 3 토론자의 입론(2분)--->부정측 1, 2 토론자의 교차심문(5분)--->부정측 3토론자의 입론(2분)--->긍정측 1, 2 토론자의 교차심문(5분)--->작전타임(2분)--->부정측 4 토론자의 반론(2분)--->긍정측 4 토론자의 반론(2분)   ================복잡하다!!! 하지만, 이 순서에 맞게 실제로 한 번 해 보면 감이 확실히 잡힌다. 정해진 시간과 순서를 지켜서 찬반토론을 할 경우 논제만 잘 잡으면 참 재미있는 토론이 될 수 있을 거라 여겨진다.

참으로 막연한 토론을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참고할 만한 도서도 많이 소개 되어 있다. 그리고 독서 지도로 무언가 부족하다는 목마름에 대한 약간의 갈증 해소가 되었다. 독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논술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토론 지도는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많이 공부해야 할 영역이 되겠다.

여담이지만, 여희숙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두 번 뵈었는데, '참 따뜻한 분이시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곱고 단아한 외모와 잔잔한 미소, 그것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허스키한 중성적인 음성이 묘한 매력을 내는 분. 남을 먼저 배려하고, 그리고 말 한 마디에도 큰 친절이 배어나는 분. 보고만 있어도 참 편안한 그런 분. 이 책에는 여희숙 선생님의 사인도 들어있어 더욱 값지게 보관하고 있다. 이 다음에 토론을 정식으로 하게 될 때 참고하느라 책을 많이 열어 보게 될 것 같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8-2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 봐야겠군요~~~ ^^

bookJourney 2008-08-2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 이런 책이 어린이용으로도 있으면 좋겠어요. ^^

희망찬샘 2008-08-29 06:47   좋아요 0 | URL
혹시 그런 책 먼저 발견하심 제게도 꼭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