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매미 작은 곰자리 4
후쿠다 이와오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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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 <<치킨 마스크>>, <<앨버트, 또 무슨 생각하니?>> 덕에 이 책에는 읽기도 전에 미리 점수를 주었다. 틀림없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니 괜찮을거라는 막연한 기대. 그리고 역시나!!!

문구점에서 특별한 목적없이 빨간 지우개를 슬쩍 한 주인공 이치. 그 사건을 시작으로 동생과의 약속도 어기게 되었고, 매미의 날개도 찢어 버렸고... 그러다 정말 나쁜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불안해 한다. 그러다 보니 꿈자리도 편치가 못하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어머니께 그 사실을 고백하고 어머니와 함께 문구점에 가서 아주머니께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린다. 참으로 대단한 용기다. 아주머니도 이치의 용기에 큰 응원을 보내신다. 그림책의 얼굴은 다소 무섭게 그려졌지만, 눈은 상냥하게 웃고 있다는 것. 무서운 얼굴은 일부러 그렇게 해 보일 뿐일거야,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스쳐 지나가는 얼굴이 있다. 아주 서툴렀던 나의 초임교사 시절. 반에서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친구를 놀리면 혼내겠다고 주의를 주었건만, 계속 친구의 약점을 가지고 놀려서 회초리를 든 적이 있다. 그런데, 저도 나름 내가 야속했던지, 들어가면서 한 번 더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막 대드는 것이다. 그 당시 이 일은 아이들 입을 오르내리는 큰 사건이 되었고, 아이의 아버지가 경찰이었던지라 집에 가서 아이가 어떻게 말을 옮길지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댁으로 전화를 드려서 전후 사정을 조금 설명했다.

그 때의 부모님의 반응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버지 말씀 하시길 "선생님, 교육은 소신입니다. 소신있게 하십시오."  그리고 어머니. 다른 어머니들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학교로 찾아 오셔서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내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셨다. (그 때 그 애 때문에 속상해서 내가 많이 울었다. 그 해에 6학년 아이들을 하면서 참 많이 울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우습지만.) 잊을 수 없는 모습이다. 아이는 어떻게 되었냐고? 그 이후로 아이와의 갈등은 잘 해결 되었고, (어머니의 감동어린 고개숙임 때문에 나 또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하다.) 지금도 연락을 하며 지낸다. 얼마 전 군인 아저씨의 모습으로 학교에 찾아왔었는데, 지금은 제대해서 복학을 했을 것 같다. 친구들은 여자친구에게도 "임마가 예전 초등학교 때..."하면서 이야기 들려 줄 정도로 세월이 흘렀지만, 그 때 그 일은 참 오래 맘에 남는다. 자식의 잘못을 생각하기 이전에 보호하기만 하려는 부모의 모습에 너무 익숙한 우리에게는 이치의 엄마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자식을 위해 고개 숙일 수 있다면 자식을 바른 길로 충분히 키워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누구나 다 잘못을 하면서 자란다. 그 잘못을 인정하면서 마음으로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는 그런 가슴 따뜻한 부모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참으로 용감한 그런 부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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