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쟁이 왕털이 사계절 저학년문고 40
김나무 지음, 윤봉선 그림 / 사계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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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으니 애기 아빠는 "필요악"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에 어디선가 '하얀 거짓말'이라는 것에 대해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꼭 필요한 거짓말이 있다는 겁니다. 가령 6*25 당시 집에 숨어 있는 아빠를 찾아서 공산당원들이 집에 들이닥쳤을 경우 아이가 "우리 아빠 다락에 숨어 있어요."하고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는 "우리 아빠 어제 산 속으로 들어 갔어요."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글을 읽고 어린 시절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이라는 것에서 서로를 살릴 수 있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구나. 하는 것을 생각했던 충격(!)이 아련한 기억으로 되살아납니다. 

한동안 작은 아이의 말바꾸기에 무척 염려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 거짓말이라는 것이 남을 해치는 큰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잘못 해 놓고, 누나가 그랬다는 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나 뭐 쏟아놓고 누가 그랬냐면 자기는 안 그랬다고 하는 경우... 모르고 그런 것은 야단 안 친다고 실수 한 것을 무조건 감추려 하지 말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네 살 아이가 알아듣기는 힘들었나 봅니다. 이제 다섯 살을 넘어서면서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많이 좋아졌고, 이제는 거짓말이라는 것에 대한 감을 아주 희미하게나마 잡아 나가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방 안에서 큰 소리로 다투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뻥치지 마래이~" 그리고는 딸 아이가 달려 옵니다. "엄마, 예찬이가 자기가 해 놓고 안 했다고 뻥 쳐~" 그러면 동생도 또 쪼르르 달려 와서는 서툰 말솜씨로 "엄마, 그게 아니고..."하고 이야기 합니다. 큰 아이의 유치원에서 친구들끼리 "뻥치지 마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나 봅니다. 아이들도 뻥치는 것은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오늘도 동생은 제게 달려와 큰소리로 외칩니다. "엄마, 누나가 거짓말 했어."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라는 제 물음에는 들은 척 하지도 않고 다시 방 안으로 쪼르르 들어가서는 둘이서 놀이에 또 집중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거짓말이라는건지... 아직도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그저 웃기만 합니다.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좋은 거야, 안 좋은 거야?"(이크, 이런 수렴적 발문을 하다니!!!)  두 아이는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 합니다. 안 좋은 거라고! 왜 안 좋은 거냐는 질문에 작은 아이는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지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큰 아이는 "자꾸 거짓말 하면 친구들이 안 믿어 주니까"라고 답합니다. 작은 아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거짓말 해도 코가 길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러면 거짓말을 해도 될까?"하고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나름 아이의 결연한 태도 속에서 큰 것 하나를 기대하고 물었습니다. "왜?" "코가 길어지니까." 크~ 대화의 수준으로 보아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 해 보입니다.

두 아이들과 함께 왕털이 그리기를 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왕털이의 뻥은 4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다리가 불편한 오른이의 다리를 멀쩡하게 해 준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외로운 왕털이의 친구가 되어 준 오른이에 대해 그 정도는 해 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자신의 힘이 아닌 (대왕 여우족) 할머니의 도움으로 말이지요.

둘째 거짓말은 잘난척쟁이 나서기 대장 똘망이에게 자신의 굴을 자랑하면서 시작됩니다. 할머니가 만드신 굴에는 멋진 창도 있어 밤하늘의 별도 다 볼수 있고 굴 한가운데는 절대 마르지 않는 개울이 흐르고 황금 물고기도 살고 있으며 어딘가에 대왕 여우족 보물 창고도 있을 거라고 이야기 해 줍니다. 똘망이는 탐험대를 결성하려 하지요.

셋째 거짓말은 주먹대장 한돌이에게 놀림받는 친구 완두를 구해 주기 위해서 완두 아빠가 경찰이니 완두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주먹대장이 완두 아빠는 없다고 하는데, 그 때 하늘 나라에 계셔야 할 완두의 아빠가 경찰복을 입고 짠~하고 나타나게 됩니다. 뻥쟁이 손자를 위기에서 구해주기 위해 줄넘기를 가져다 주려고 학교에 오신 할머니가 둔갑술을 부리신 거지요. 그리고 열심히 생활하면 운동회 때도 와서 아버지 달리기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십니다. 하지만, 먹을 것도 없고 왕털이의 준비물 살 돈도 없어 할머니가 꼬리를 파시는 바람에 더 이상 둔갑할 수 없는 둔갑여우가 되어 운동회 때 오겠다는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됩니다.

이 모든 '뻥'들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우리의 뻥쟁이는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애써 만든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게 되는 혹독한 댓가를 치르지만요. 할머니도 왕털이를 격려 하시지만, 합창단 모자를 잃어버려 다시 사야 한다고 뻥쳐서는 할머니의 꼬리를 판 돈으로 똘망이에게 얻어 먹은 사탕을 갚아 주느라 또 친구들에게도 사탕을 하나씩 쭉 돌리느라 돈을 다 써버리고 말았다는 네 번째 왕털이의 거짓말에 대한 고백을 들으시고는 뒷다리로 왕털이를 걷어차 버리시네요.

우리의 주인공, 왕털이! 그가 한 거짓말은 몇 개의 선의의 거짓말과 몇 개의 위기모면 거짓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 시키기는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일단 한 가지의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새로운 거짓말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러한 거짓말은 결국 들통나게 마련이며, 자신을 믿을 수 없는 아이로 만들고 만다는 것을 우선 이해하게 해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는 혹독한 댓가를 치루어야 하며 엄청난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어야 겠지요.

겁쟁이 뻥쟁이 왕털이는 이야기의 초반부에서 자신을 놀리는 너구리가 무서워 벌벌 떨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는 여전히 자신을 놀리는 너구리에게 "우리 싸우지 말고 친구 하자."고 말할 줄 아는 용기도 가집니다. 이것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친구들에게 그 잘못을 사과한 용기 덕에 얻은 값진 보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겁쟁이 왕털이가 드디어 먼길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하니 참 다행입니다.

오른이의 아파트 창가에 살던 비둘기가 전해 준 똘망이, 오른이, 완두의 편지는 우리를 가만히 미소짓게 합니다. 작은 여우굴에서도 무언가를 찾을 수 있으리라며 굴탐험대를 만들고 있다는 똘망이와 최강 왼발이 되어 닭싸움에서 최고가 되었다는 오른이, 주먹대장을 돌려차기로 한방에 보내 버리고 말았다는 완두도 왕털이 덕에 새로운 용기를 얻은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재미있게 읽은 이 동화책을 통해 뻥치기에 대해 깊이 생각 해 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뻥치는 당찬 아이들보다는 작은 거짓말 하나에도 가슴이 뻥 터질 것 같고, 얼굴이 뻘개지는 그런 진실된 아이들이 이 세상에 가득 넘쳐 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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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8-26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당선되셨네요~ 축하 드려요~~

희망찬샘 2008-08-26 23:3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너무 기뻐요. 감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