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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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캠프 [운동오락] 프로 야구, 프로 축구 따위에서 봄의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집중적으로 가지는 합숙 훈련. 또는 합숙 훈련을 하는 장소. 

쫙 읽힌다. 재밌다. 긴장감이 돈다.

시간적 배경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이며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규환이의 친구 준호(나)-전학련(전국 학생 총연합회) 간부인 형을 둔 규환이는 경찰들에게 쫓기는 형의 피신을 도우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그 임무를 친구인 나에게 넘기게 되고 아버지를 잃은 기억과 그 아버지를 잊고 재혼을 하는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며 친구를 대신하여 형을 찾아가는 여행길을 나서게 된다. 아버지가 떠난 곳은 산이 아니었으며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그곳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된다.

개장수의 딸 정아-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지만, 미친(?) 아버지 덕에 덩달아 미칠 경지에 이르러 있다. 아버지를 피해 나와 뜻하지 않게 동행하게 된다.

할아버지-정신병원을 탈출한 위험 인물로 보도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살인 혐의를 쓰고 있기는 하나 지극히 정상적이며 어린 우리들을 돌볼 정신적 버팀목으로 등장한다. 한 많고 사연 많아 설움도 크다. 형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인 우리들에겐 엄청난 구세주다.

루스벨트-개장수의 개. 이 개 또한 사연이 많다. (읽어 보시라.)

승주-형에게 줄 물건을 전해 주려고 나(준호)는 경찰의 눈을 피해 광주로 가는 양조장의 트럭을 이용하려 하는데 양조장 주인집 아들인 왕재수 승주가 합세한다. 귀하게 본 자식이라 애지중지하는 어머니가 부담스러워 그곳을 벗어나고픈 불쌍한 영혼이 하나 더 합세함으로써 이들의 여행은 사연가득한 파란만장함의 연속이 된다.

형을 찾아가는 그 길은 경찰의 눈을 피해가야 하며 그것은 할아버지에게도 무척 중요한 일이다. 그들이 겪은 많은 이야기들은 결국 경찰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일어난 일들이며 또한 '나'는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맡은 바 소임을 완수하게 된다.

미친(?) 술주정뱅이 폭력 아버지를 피해 달아난 정아는 결국 정신이 반쯤 나간 엄마와 함께 먼저 집을 나간 언니를 찾아 갔을지, 혹은 어느 곳에서 고생하며 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승주는 엄마의 극성을 피해 그 며칠간 함께 겪은 경험을 생각하며 고래에 미친 놈이 되어 남극 세종기지의 연구사가 되었고, 나는 엄마의 죽음 뒤에 남겨진 씨 다른 동생을 데리고 역무원이 되어 소설을 쓰고 있다. 

눈부셨던 우리 인생의 그 겁나게 짧았던 스프링캠프는 우리들에게 결국 무엇을 남겨 주었는지 생각 해 볼 일이다.

규환이의 형은 그렇게 어렵게 우리 나라를 벗어나, 몇 년의 망명 생활과 몇 년의 감옥 생활 이후 지금은 정치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하니 이제 더이상 나의 영웅은 아닐 것이며, 그 짧은 시간을 추억하는 나는 지금 과연 행복할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그런 진한 사건을 가슴에 품고 살 수 있는 것도 가슴 뛰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내 가슴을 겁나게 뛰게 해 준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가 무엇이었는지 한 번 곱씹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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