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편해문 지음 / 소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어린 시절 손발이 부르트도록 놀았다. 바쁘신 부모님은 그만 놀아라 하지 않으셨고, 나는 온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밤 늦은 줄도 모르고 놀았다.

진돌, 자치기, 오징어 달구지, 딱지치기, 재기차기, 고무줄 놀이, 호박따기, 사방치기, 비석치기(우리는 씨차기라 했던 것 같다.) 공기놀이(살구, 많은 살구), 여우야 여우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이름도 열거할 수 없는 그 많은 놀이를 하면서 정말 열심히 뛰어 다녔다. 지칠 줄 모르고.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놀이를 모른다. 그래서 놀이를 가르쳐 주려고 해도 나도 그 놀이들을 잊고 산 지가 오래되어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렇게 놀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곤 책을 펼쳐 본다. 그래도 놀이의 맛을 전달 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다. 놀이를 가르치려 하면 동시에 재미는 달아난다는 것이다. 놀이는 그 속에 웃음이 묻어나야하는데 재미가 달아난 놀이 속에서는 웃음을 발견할 수가 없다. 저자는 놀이는 끝없는 시간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잘 놀지 못하거나, 편을 먹을 때 짝수가 되지 않으면 짝이 안 맞으니 너는 빠져라가 아니라 "그럼 넌 깍두기 해라."며 너그러운 포용력으로 감싸 안을 줄 알았던 우리, 지치지 않고 놀고 또 놀았고, 져도 아무도 울지 않았던 그 시절의 놀이는 돈이 들지 않았다.

학교에 나오니 아이들이 딱지 놀이를 하는데 그 딱지라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달력을 뜯어, 잡지책을 뜯어, 혹은 신문지로 큰 딱지, 작은 딱지 많이 접어 따고 꼬르고(잃고)를 반복하던 우리와 달리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딱지라는 것이 문방구에서 거금 100원을 주고 산 것이라니(10년 전의 일이다.)... 그래서 아이들보고 우리도 만들어서 놀자고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만들어서 가지고 오면 아이들이 안 배워 주는데요.(안 놀아 주는데요.)"한다. 돌 주워 많은 살구(공기)하던 우리와 달리 아이들은 공기를 문방구에서 사고, 비석치기는 멋진 돌을 주워 나서는 수고는 애초에 할 필요도 없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잘 제작되어 교구로 만들어져 체육창고에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놀이를 준비하는 그 과정 자체가 놀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벌써 그 놀이 한 단계를 잃어 버렸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거리에 쏟아져 나와 길놀이, 땅놀이를 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미 사라진 놀이들을 저자는 인도에서 발견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향수가 느껴져 가슴이 뛰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그렇게 많던 놀이들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왜 저자는 놀이를 찾아 다른 나라를 갔어야만 했을까? 하고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범인은 학원인 것 같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과외 금지령이 내려, 아이들은 애터지게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피아노, 미술 학원도 잘 사는 집 아이들 몇 만 다녔을 뿐-아이들은 그저 놀기 위해 세상에 온 것처럼 아무 간섭을 받지 않고 놀 수 있었다. 예전처럼 지금도 저소득 맞벌이 가정의 부모들은 바쁘지만, 그 부모를 대신할 보모로 컴퓨터와 TV가 떡 하니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고단한 부모의 삶과는 무관하게 예전의 아이들은 밖에서 실컷 뛰어 놀아서 놀이치료 등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점점 병들고 있다는 그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돈 들이지 않고 신나게 땀흘리면서 마음을 키울 수 있는 그 놀이들이 되살아 났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체육시간에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로 돼지불알놀이, 열발놀이, 오징어 달구지 놀이를 할 때, 옷이 찢어져도 다음에 한 번 더 하자던 그 환한 미소를 기억하면서 가끔이지만 그렇게 뛰어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놀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요즘 아이들은 놀 줄 모른다고 "쯧쯧쯧~"하던 나를 다시 되돌아 보게 했던 멋진 책이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Journey 2008-07-1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반성을 하게 하는 리뷰입니다.

다 쓴 노트나 신문지를 겹겹이 모아 만들어 놀던 딱지치기, 머리핀(실핀)을 옷핀에 줄줄이 꿰어 가지고 다니며 하던 핀치기, 땅에 선그어가며 하던 땅따먹기, 교복치마 속에 반바지를 챙겨입고서까지 하던 고무줄 놀이, 동글동글 예쁜 돌을 모아 하던 공기놀이, 온갖 종류의 팔방~ 모두 그리운 놀이들이에요.
요즘 어른들은 ... 아이들은 놀면서 배우고, 놀면서 큰다는 것을 왜 모르는 걸까요?

희망찬샘 2008-07-11 06:19   좋아요 0 | URL
끝없는 놀이의 계발은 못할지라도, 우리 놀이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는 교사라는 위치가 어느 정도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순오기 2008-07-12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 시간도 안 주지만 애들이 모여도 같이 놀줄을 모르고 TV나 컴에 매달리는 현실~~ㅜㅜ
놀이는 가르치는게 아니라 저절로 습득 진화되어야 하는데...안타깝죠!

ktj9279 2009-01-0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소나무 출판사입니다.
책을 만드는 노동이 궁극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과 지식, 정서, 마음을 통하고
의견을 나누고, 나아가 삶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독자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꾸리고 있습니다.
놀 시간과 공간과 마음을 되살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맘껏 놀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항상 함께 하시는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리뷰라 마음에 더 와닿네요.
더 많은 분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나무 홈페이지로 퍼갑니다.
http://www.sonamoobook.co.kr/
들어오셔서 글과 마음을 나누는 마당을 함께 만들어주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

희망찬샘 2009-01-06 12:07   좋아요 0 | URL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