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 두 교사의 교실 기록으로 들여다 본 초등학교
박남기.박점숙.문지현 지음 / 우리교육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남자들 모이면 군대 이야기 신나게 한다. 모두들 어찌 그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여자들 모이면 애기 낳은 이야기를 신나게 한다. 애기 낳기까지 사연 없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나 또한 거기에 힘을 보태어서 아기가 거꾸로 있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신나게 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교사들이 모이면 아이들 이야기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이야깃거리다. 오늘은 이런 일로 신이 났고, 또 이런 일로 속상했다는 그 많은 이야기들을 많은 교사들이 교단일기에 담고 있다.

나 또한 나의 첫 제자였던 98년 6학년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교단일기를 같이 써 가면서 내가 그들의 일기를 검사하듯, 그들도 나의 일기를 검사하게 했던 일이 소중하게 기억되고 있고, 그 때의 일기장은 나의 재산목록 1호가 되어 있으며, 그 일기장은 나에게 뿐만 아니라 그 때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되어 있다.

이 책은 두 교사의 교단일기다.

이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내어서 새내기의 좌충우돌의 수련기를 극복했을 문지현 교사와 세월과 함께 부지런히 자신을 갈고 닦아 나름의 노련함을 지니게 된 박점숙 교사의 이야기. 그리고 그 두 교사의 딱 중간시점에 서 있는 독자인 나.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우리 교실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지나 온 할말 많았던 나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아이같은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새내기 교사의 이야기는 나는 잘 하고 있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 문교사는 정말 교사가 되길 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깊은 사랑을 베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간혹 어리버리했던 나의 초임 시절과 달리 요즘 후배들은 너무나 자신을 잘 단련해서 잘 갖추어진 교사의 모습으로 교단에 선다는 느낌이 들고, 상대적으로 나의 부족함이 느껴질 때 속상할 때가 있었다. 나도 부지런히 하는데, 왜 후배의 교실이 더 질서있고 멋져 보일까? 생각하면서도 후배에게서라도 배우자 맘 먹어 본다. 문교사의 글을 읽으면서도 그런 묘한 질투심-너무 행복해 하고, 실패없는 성공만 이야기 되는 것 같아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아이들과 겪은 갈등, 학부모와의 갈등 등을 잘 엮어 내어 주어 현장 교사로서의 모습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고, 우리는 모두 비슷하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박교사의 글은 지나온 시간과 아울러 노련함이 많이 느껴졌다. 학급경영에 관해 평소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멋진 선배 교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나도 저렇게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되돌아 보는 자세 또한 본받아야 할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고, 참고할 만한 내용들도 무척 많다는 생각이 든다.

영악하기 그지 없는 요즘 아이들(모두가 그렇진 않더라도 한 반에 골머리를 앓게 하는 아이가 한 둘 있을 법도 한데...)과 달리 6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 아이들은 정말 순한 양같다. 내 속을 썩이는 법이 없다. 아직까지는. 그 아이들 덕에 나의 학교 생활도 참 편안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매일 예쁘다.

하지만, 자기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아이들을 보면, 참 많이 속상하다. 오늘도 알림장 제대로 보지 않고, 숙제 제대로 해 오지 않고 그저 생각없이 사는 것 같은 아이들 보며 많이 속이 상했다. 매는 들지 않겠다 약속을 했고, 그 매를 통해 나아질 것이 하나도 없을 거라는 것은 알지만, 매를 들지 않아서 아이들이 이렇게 과제와 준비물에 대한 경각심이 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정말 많이 든다. 야단을 맞으니 교실 분위기도 촥~ 가라 앉아 버렸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쉬는 시간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우렁찬(?) 가위바위보 소리를 시작으로 열심히 딱지 따먹기 놀이에 집중! - 야단 들으면 우울해지고 기분 나빠지는 것이 정상 아닌가?! 싶다가도 어쩜 꽁~ 하지 않고 빨리 잊어주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잘 하고 있나 한 번 더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이 선생님들처럼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지닌 교사가 되기 위해 힘써 노력하리라 맘 먹어 본다. 아이들과 되도록이면 좋은 이야기를 나의 교단일기에 가득 메꾸어 나가도록 하기 위해 좀 더 부지런하게 노력하여 이 땅의 희망찬 교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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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단일기를 써 아이들이 검사했던 선생님의 경험담이 제겐 확~ 꽂히는군요. 이제 교대1학년이지만 우리 큰딸이 교단에 섰을때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 기회되면 봐야겠어요.

희망찬샘 2008-07-04 06:05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으면서 생각한 점 하나는요, 우리 모두는 교단일기 하나만 써도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거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출판 안 해 주면 개인 출판이라도. ㅋㅋㅋ~ 사이버 세상의 일기 보다는 공책에 쓰는 일기가 확실히 더 정감있는 추억을 남겨 주네요. 근데 이제는 자판 두드리는 것이 더 익숙해져서. 1학년인 따님~ 학교 생활이 많이 바쁘지요? 근데 뒤돌아 놓고 생각해 보니 그 때 조금 더 많이 배우고 애쓰지 못했던 점들도 후회로 남습니다. 좋은 추억과 함께 좋은 공부 많이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어머님이 알아서 다 도움 주시겠지만.

순오기 2008-07-05 07:09   좋아요 0 | URL
손으로 꾹꾹 눌러 쓰는 일기를 써야 하는데...애들 어려서 육아일기 쬐금 끼적이다 말고...ㅠㅠ
그러게요. 지나고 나면 다 후회되는데, 우리 딸은 방학이라 만날 빈둥빈둥~~~ 오늘은 중3동생 데리고 서울 시청앞으로 촛불집회 갑니다. 10대 동생을 역사 현장에 서게 한다는 취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