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팔지 마세요! 청년사 고학년 문고 1
위기철 지음, 이희재 그림 / 청년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문제, 세계평화, 기아와 난민, 비폭력-모든 것들은 정말 부끄럽게도 나의 관심 영역이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그닥 관심이 없다는 것이 나의 문제다. 그저, 내가 편하면 그만이고, 내 집안이 평화로우면 그만이고, 내가 숨쉬는 공간이 평화로우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 그게 이 부족한 사람의 한계다. 이런 나의 한계는 또한 나의 많은 이웃의 문제일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촛불 집회가 한창이지만, 촛불을 들고 거리에도 뛰어나가지 못한 채로 그저 바르르 떨고만 있는 행동하지 못하는 불쌍한 소시민들과, 그리고 사는 것이 바빠 도대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가련한 이 나라의 고단한 삶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이를 막으려는 정부측의 정말 이해 안 되는 대응이 자꾸 오버랩 되는 것은 도대체 왜일까?

이 글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우리나라 보미의 이야기다. 우리 나라의 보미가 장난감총의 비비탄에 맞은 후 전쟁놀이 하는 아이들에게서 장난감 총을 버리도록 만드는 일, 그리고 '무기 팔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벽보를 학교에 붙이고 피켓을 들고 장난감 가게 앞 거리로 나가게 된다. 그를 계기로 평화 모임을 만들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그 모임은 더욱 활성화 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후반부는 평화 모임 홈페이지에 올려 둔 '무기 팔지 마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이 발표 숙제를 준비하는 미국의 당찬 소녀 제니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서 새롭게 시작된다. 제니는 문방구를 번역할 적당한 말이 없어 무기가게라고 번역 된 글을 보고 보미가 무기 가게 앞에서 총을 팔지 말라고 데모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그걸 사례 삼아 자신의 과제를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가끔 내게 묻는다. "선생님, 이거 진짜 있었던 일이예요?" 하지만, 학년이 높아지면 이 질문의 횟수는 점점 줄게 된다. 하지만, 아마도 6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조차도 이 책을 읽으면서 물을 것 같다. 이거 진짜 있었던 일이냐고? 전반부의 보미 이야기는 꾸며진 이야기로 쉽게 받아들여지는데, 후반부의 제니 이야기는 구성이 치밀하여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이야기를 다듬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이거 진짜 이야기인가?'하고 고개를 몇 번이나 갸웃했으니 말이다.

책 뒷편에는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어린이들이 가 볼 만한 홈페이지와 부모들이 가 볼 만한 홈페이지를 잘 정리하여 두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진짜 엄마 모임'은 미국의 전국 총기 협회NRA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단체인 '백만 어머니들의 행진'에서 착안했으나 책의 모든 내용은 허구임을 작가는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두 번 나오는 아주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모든 일의 시작은 바위에 작은 풀씨가 떨어지면서부터라고. 아주 작은 행동, 즉 그 작은 풀씨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본문을 옮기고 싶었는데, 못 찾겠다.-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부탁해서 찾아달라고 해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초반부에서는 아이들이 무언가를 조직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 억지스러운 느낌(현실적으로 초등학생이 그런 일을 쉽게 진행 해 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이 있었지만, 후반부는 연결고리가 아주 자연스럽고 마치 실제 일인양 책에 빨려 들어가게 한다는 점에서 뒤로 갈수록 재미가 있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전쟁과 관련한 책읽기 목록에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다 만난 이 책은 아이들에게도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 주리라 생각한다. 진짜 엄마가 되어 늑대의 뱃속에 들어간 염소들을 구해 내기, 그리고 늑대가 왔다는 것을 진짜 엄마에게 알려 줄 막내염소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이 알아야 하리라 생각한다. 모르면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을 테니까.

이 책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수준높을 사고를 권하는 일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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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0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닫고 행동하는 동화라는 면에서 강추하는 책이에요. 이 책을 읽고 '프린들 주세요'도 읽으면 좋을 듯해요. 작은 풀씨 하나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힘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지요.^^

희망찬샘 2008-06-08 22:50   좋아요 0 | URL
프린들 주세요~ 제목이 무척 많이 밟히던 책인데요. 접수하고 살펴 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