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학원에 보내라 -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
김영천 지음 / 브렌즈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먼저 이 책의 제목은 학교교육에 몸담고 있는 교사가 보기에는 뭔가 불편하다. 하지만, 지은이가 공교육을 담당할 교사를 키우는 선생님이니 그러나... 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은 기대되었다.

지금까지 연구되지 않은 학원교육, 학교교육에 맞서 생각만 해 오던 학원교육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보고, 이를 통해 학교가 변화되고 나아가야 할 점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작가의 의도는 학원보고서에 머물고 만다는 느낌이 커 기대한 바에 비해 실망이 조금 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나는 교사 수급이 아주 원활하지 못한 시기에 대학을 졸업해서 전체 졸업생이 일년동안 단 한 명도 발령나지 않았던 도시에서 우울한 졸업(?)을 맞은 예비 교사였다. 당시는 그 흔한 기간제 교사 자리도 한 학기 동안 찾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벼룩시장 같은 생활정보지를 뒤적이다 찾아간 곳이 보습학원이었다. 명문대를 졸업한 원장(학원 교사로 있다가 그 학원을 인수하여 운영하게 된)은 교육대생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컸고, 그래서 우리를 고용하면서 그래도 교육이란...(교대생을 자신이 고용한 것에 대한 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함께 놀고 있던 친구를 꼬셔서(?) 사회 생활의 첫 단추를 그 곳에서 채우며 학교는 아니지만 그래도... 하면서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은 정말 아주 씁쓸하다. 아이들은 버릇이 없었고, 일은 힘들었으며 게다가 학원 운영이 잘못되어 학원이 망하는 바람에 3개월 일하고 한 달치의 월급만 겨우 받고 노동착취를 당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었다.

작년 우리 반 아이가 한 말 중 오랜 시간 맘에 남는 말이 하나 있다. 숙제를 너무 해 오지 않는 아이들, 하지만 학원 숙제는 눈에 불을 켜며 하는 아이들, 아파서 학교는 결석해도 학원은 빠지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야, 나도 학원 선생님 해야겠다. 너희들이 학교 선생님 말은 안 들어도 학원 선생님 말은 참 잘 듣네.”했더니 우리반 범생이 하는 말 “선생님, 학교 선생님이 나을걸요. 학원 선생님 하심 더 힘들걸요.” 그런다.

작년에 반에 아주 공부가 힘든 친구가 있었다. 수학보다도 국어 부분의 학습부진이 너무 심해서 남아서라도 공부를 좀 시키고 싶은 맘이 들었는데, 그 사실을 알리니 부모는 아이를 위해 없는 형편이지만, 학원에 보낼 결심을 하셨다. 물론 학교에서도 교육청 차원의 특별보충반이 운영되고 있었지만, 부모들은 돈을 내고 다니기 때문인지 학원을 더욱 신뢰했다. 그 아이의 변화? 글쎄요??

지은이는 학원 교육의 경쟁성으로 선행, 반복 학습과 수준별 소규모 학습, 학부모와의 긴밀한 상호작용, 시기적절한 피드백, 지속적인 평가와 포상제도를 들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했던 생각을 다시 반복하며 하게 된다. 학교 교육이 담당할 부분은 성적이 아니라 어쩜 인성부분이 아닐까 하는 것. 공부라는 것은 굳이 책가방 메고 꼭 학교라는 곳을 오지 않아도 해결해 줄 곳이 아주 많다. 하지만, 함께 어울리고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은 그래도 학원보다는 학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공교육의 붕괴니, 학교는 죽었다느니 하는 말에 아직도 나는, ‘그래도 학교는...’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읽었던 다른 책에 비해 읽기가 아주 수월했고, 생각도 참 많이 하게 한 책이다. 지은이의 의도는 아닐지 몰라도(저자는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학원 교육과 차별화 할 수 있는 학교 교육만의 고유한 장점을 키우기 위해 공교육에 몸담고 있는 교사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나 더,  공부를 위해서 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거짓말같이 학교수업태도가 나쁜 아이가 학원 덕분에 성적이 좋아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된 아이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학교 수업태도부터 다른 아이들과 남다르다. 물론 학교에서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면 성적이 아주 조금은 오르겠지만, 학원이 아이에게 있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많은 부모들이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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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희망찬샘의 리뷰를 읽고 ...
    from 용이랑 슬이의 책 이야기 2008-05-01 18:01 
    '그래도 학교는 ... ', '함께 어울리고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은 ... ' 이라고 생각하신다는 샘의 리뷰를 잘 보았습니다. 저 역시 '삶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배우는 곳은 ...'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강남엄마 따라잡기에 열심이라는 일산에 살면서, 4학년 1학기가 반이 지나도록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의 학교에서 공부 꽤나 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저에게 하는 말이 "뭘 믿고 그러느냐", "아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