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 방귀 (보급판) - 옛이야기 보따리 5 옛이야기 보따리 (보급판) 5
서정오 / 보리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옛 이야기 보따리5편 은근슬쩍 놀려주는 이야기

<왕굴장굴대>-남의 집 종살이를 하는 왕굴장굴대. 종이었으니 당연히 배운 것은 없겠고. 허나, 세상 사는 이치가 공부 잘 한다고 해서 잘 사는 것 아니라고 어른들이 누누히 말씀 하시듯이 배운 것은 없으나 지혜롭기에 목숨도 건질 수 있었고, 그리고 남을 곯려 줄 수도 있었다.

<나귀 방귀>-나귀를 타며 거들먹거리면 가는 사람에게 짐 하나만 실어달라 부탁하다 거절당하자, 일진을 들먹거리며 오늘 나귀가 방귀를 세 번 뀌면 크게 다칠거라는 악담을 퍼붓고 가는 짐진 사람. 진짜로 나귀가 두 번이나 방귀를 뀌자 마지막 한 방귀가 여간 걱정이 되는게 아니어서 돌멩이로 나귀 똥구멍을 꽉 막아 두고는 그래도 찜찜해서 들여다 보다가 세 번째 방귀를 뀌는 나귀 땜에 그 돌멩이가 참았던 방귀의 힘까지 보태어 슝~ 정말로 나귀 방귀 세 번에 크게 다쳤더란다.

<바위로 이 잡기>-힘이 장사인 사람이 자기 저고리에 기어 다니는 이를 잡으려고 돌멩이-바윗덩이-훨씬 큰 바윗덩이로 내려치지만, 작은 이가 죽을 리가 없다. 지나가던 농사꾼이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이를 잡아 주자,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힘자랑을 했던 이 장사는 그만 농사꾼이 너무 무서워(바위로도 못 잡은 이를 손톱 하나로 슬쩍 눌러 죽였으니) 저런 사람도 농사 짓고 사는데, 나는 힘자랑만 하고 이게 뭔가 반성을 하면서 마을로 내려가 부지런히 농사짓고 힘자랑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재주 많은 여섯 쌍둥이>-'천리보기만리보기', '여니딸깍', '진둥만둥', '맞아도간질', '뜨거워도찰세','깊으니얕으니'가 흉년을 맞아 사람들이 굶어서 어려움에 처하자 관청 곳간의 곡식을 빼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고 사람들을 잡아 들이자 자기가 범인이라고 하면서 사또가 내리는 벌을 잘 견디어 내었더라는 이야기. 각 쌍둥이들이 맡은 역할이 참 재미나다.

<꽁당 보리밥과 쌀밥>-설설 퍼 담은 꽁당 보리밥만 주는 인색한 주인이 큰 맘 먹고 머슴에게 쌀밥 한 그릇 푸짐하게 먹여주겠다고 큰소리지만, 머슴은 말 할 때마다 먹어야 먹는거지요. 한다. 머슴의 이런 반응은 한 상 잘 차려서 눈 앞에 갖다 바쳐도 계속되고 화가 난 주인은 밥상을 냅다 걷어차 버린다. 머슴은 한 번 더 그러니까 먹어봐야 먹는거라고 말하고 미안해진 주인은 다음부터는 두말 않고 쌀밥을 주었더란다.

<시아버지 팥죽땀>-며느리가 팥죽을 한 솥 쑤어놓고 물을 길으러 간 사이를 못 참은 시아버지가 며느리 몰래 팥죽을 떠서 뒤꼍에 가서 먹으려고 하는데, 시아버지가 안 계신 걸 알고 자기도 몰래 먼저 먹으려고 뒤꼍으로 간 며느리에게 들키는 바람에 팥죽을 그만 머리에 뒤집어 썼더란다. 며느리는 자기가 먹으려고 뜬 팥죽 그릇을 내밀며 "아버님, 팥죽 드세요." 그러고 아버지는 "얘야, 나는 팥죽만 봐도 이렇게 팥죽땀이 흐르는구나." 그러고.

<대문 밖에 소금 뿌려라>-자네가 먼저 죽거든 꼭 나를 부르게나, 내 곧 따라갈테니. 라는 두 영감님! 하도 입에 발린 소리를 하길래 머슴 하나가 놀려 주려고 가짜로 두 집을 오가며 영감님이 죽었다고 거짓으로 알리니 서로 문상을 간다고 집을 나섰다가 중간에서 만나서는 귀신이라 생각하고 집에 와서 숨으면서 소금 뿌려라 했대요. 

<호랑이 꼬리와 호미>-농사꾼이 아들 하나 잘 키워 보려고 글공부를 시켰는데 모든 문제 해결을 다 책에서 하려고 한다. 호미를 사오라시는데 그게 뭔지 몰라 책을 찾아보니 호랑이 호, 꼬리 미, 즉 호랑이 꼬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싼 돈을 주고 호랑이 꼬리를 사 온 걸 보고 아버지는 어떤 맘이 들었을까? 집에 불이 나도 불 끄는 방법을 책에서 찾으려는 아들. 아버지가 흙담이 무너져 깔려서 흙을 좀 치워 달라고 해도 오늘 일진에 흙을 묻히지 말라 했으니 내일 치워 주겠다는 아들. 이 이야기 한참 읽고 있으니 애기 키우면서 조금만 이상해도 책을 찾아 보면서 책에서는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저렇게 하라고 했는데 하다가 어머니께 야단들은 몇 년 전 기억이 새롭다.

옛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웃음의 은근한 맛. 참으로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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