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 도사 - 옛이야기 보따리 3 (보급판) 옛이야기 보따리 (보급판) 3
서정오 지음, 이형진 그림 / 보리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책이 부담없이 읽혀서 너무 좋다. ㅋㅋㅋ~

맘 먹으면 하루에 열 권도 뚝딱 읽겠다. 나는 아이들 눈치보며(놀아달라고 성화인데...) 5권을 읽었다.

이 책에는 '깔깔 웃다가 깨닫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있다.

혼자서 꿩고기 다 먹고 싶어 '고'자 네 개를 넣어 시를 짓고 이긴 사람이 먹자고 한 주인에게 그 주인이 시 한 수 지어 보겠노라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하는 동안  하인은 "익었 설었프니 먹 보자."라고 말하며 먼저 다리를 쭉 찢어 먹어 버린다. 그리고 "나리야 글을 못 지었으니 잡수실 수 없지만, 창자야 글 지은 사람 창자나 못 지은 사람 창자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요."한다. 큭큭큭 <배 고프니 먹고 보자>

넉넉한 부자가 길 가다가 웬 나그네가 허리를 굽히고 물 속에서 무슨 물건을 찾길래 물으니 '한평생 쓰고도 남을 물건'을 잃어버렸단다. 먼저 찾으면 슬쩍 할 마음으로 손발 걷어부치고 열심히 찾는데 선비는 물 속에서 붓 하나를 꺼내들고는 만세를 부른다. 부자는 공연한 욕심 때문에 큰 고생을 하고도 뒷맛이 씁쓰레. <한 평생 쓰고도 남는 물건>

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무시하거나 판단하지 말자는 교훈을 내게 준 재미있는 이야기 <메주 도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어 주고 싶다. 선비들 틈에 낀 허름한 옷차림의 노인이 사람들은 마땅찮다. 그리고 노인을 쫓기 위해 시짓기 내기를 하는데, 노인은 시는 못 짓지만, 그림을 한 폭 그리겠노라 하며 그림을 척척 잘도 그린다. 노인이 그린 그림 속의 배에 어느 새 선비들이 모두 타고 노인은 선비들에게 섬에 있는 따 먹으면 나이가 절반이나 젊어지는 먹음직스러운 복숭아는 따 먹지 말고 먹으면 나이가 곱절이나 늙어 버리는 겉보기에 쭈글쭈글한 복숭아는 따 먹어도 좋다고 한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으니 선비들은 노인의 말을 들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탐스러운 복숭아를 먹고는 더 따서 들고 그렇게 좋아한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고 하여 다시 배를 타는데 배가 풍랑을 만나 뒤집힐 위험에 처한다. "당신네들이 내 말을 안 듣고 먹지 말라는 복숭아를 따 먹어서 이 지경이 되었소. 겉보기만 좋으면 다 좋은 줄 아시오? 겉이 아니라 속내를 볼 줄 알아야지. 이제 하늘의 벌을 받아 우리는 꼼짝없이 죽게 되었소."하니 "아이고 하느님, 살려 주십시오. 우리가 잘못했습니다."한다. 이 때 주막 주인이 손님들 방에서 울음 소리가 나서 달려가 보니 점잖은 선비들이 모두 방바닥에 주저앚아 울고불고 하면서 입에 손에 메주 부스러기를 물고 있더란다. 천장에 매달아 놓은 메줏덩어리를 죄다 부서 뜨린 채로. 웃기다, 웃겨.

<요술항아리>는 초등학교 4학년 읽기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단원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참 좋겠다.

<씨 뿌리는 강아지>는 동물, 식물을 사랑하면 복을 받는다는 그런 의미로 해석하면 될까? 씨를 뿌리는 신기한 강아지를 빌려간 형은 결국 강아지를 죽게 만들고 동생은 슬퍼하며 그 강아지를 다시 데리고 와서 고이 묻어준다. 그 위에 주렁주렁 맛있는 배가 열려 동생은 그 배를 내다 팔고 큰 돈을 벌자 형은 다시 욕심을 내고 뺏어 가다시피 해서 자기 집 뒤뜰에 강아지를 묻었는데 동생네처럼 배가 열린다. 거기서 주렁주렁 열린 열매를 따려고 하자 열매가 저절로 우르르 떨어져 형을 묻어 버렸단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는 단행본 책으로 집에 여러 권이 있다. 아이가 굉장히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장돌뱅이 도둑>에서는 따뜻한 맘으로 한 순간 잘못 먹은 사람의 마음을 제 자리에 돌려 놓는 그런 따뜻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하긴 정말 힘들겠다. 이야기이니까 가능?)

<느티나무 총각>에서 추운 겨울 땔감이 없어 느티나무를 베려고 하는 마을 청년들에게 자기집 행랑채를 뜯어 땔감을 때게 하여 나무를 구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년 봄에 농사 지을려면 머슴을 들여야 되고 그러려면 행랑채가 있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만류도 들은 척 만 척하고. 봄이 되자 건장한 청년이 나타나 그집 농사를 아주아주 잘 지어 주었는데, 그 청년이 바로 느티나무 총각.

<지네 처녀와 지렁이>도 아이들에게 무척 읽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그 재미가 <여우 누이> 못지 않다. 하늘에 죄를 짓고 내려온 선녀는 사람들이 보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사람이 안 보면 지네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죽을 사람 100사람의 모습을 구해 주어야 다시 죄를 씻고 하늘로 올라가고, 지렁이는 산 사람 100사람의 목숨을 빼앗아야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사자이다. 한 처녀가 찢어지게 가난하여 죽자 맘 먹은 사람에게 나타나 목숨을 구해주고, 설 쇨 돈까지 쥐어주는데, 가는 길에 어떤 자가 나타나 그 여자는 지네이니 다시 돌아가 문구멍으로 그걸 확인한 후 "저 지네 봐."하고 소리를 지르면 지네는 죽고, 당신은 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네는 살고 당신은 죽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을 차마 죽게 할 수 없어 돌아서는데, 그 사람 말대로라면 자기가 죽어야 하는데 죽지 않아 이상해서 다시 돌아가 처녀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처녀가 그렇게 말해 주었다는 것이다. 은혜를 제대로 알고 배신하지 않은 이 사람이 참 멋지다.

<열어도 자옹 닫아도 자옹>은 자기 복으로 산다고 하던 막내딸을 쫓아낸 아버지가 결국 늙어 빌어 먹다 그 딸 덕에 사는 이야기가 나온다. 산골에 들어갔다 만난 떠거머리 총각에게 시집 가서 성실하게 잘 살다 숯가마의 돌이 금인 것을 알고 부자가 되었고 아버지가 생각 나 거지들을 잘 거두어 먹이면서 자기 집 대문을 열어도 자옹 닫아도 자옹 소리나게 달았더란다. 이 딸의 이름이 자옹이었고, 소문을 듣고 이 집에 들어 선 아버지는 대문 소리에 놀라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딸을 만나 늙으막에 호강하면서 잘 먹고 잘 살았단다.

이리 봐도 재미있고 저리 봐도 재미있는 재미있는 우리 옛 이야기-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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