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나 웅진책마을 32
오카 슈조 지음, 카미야 신 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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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다룬 이야기책을 참으로 많이 읽은 것 같다. 또 4월에는 아이들에게 장애우를 다룬 이야기책을 많이 소개도 해 주었다. 책을 통해 아이들도 많은 생각을 하였으리라 믿는다.

행복한 교실의 저자이신 강승숙 선생님이 권하셨던 책인, 이 책을 읽으면서, 참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작가는 특수학교 교사였으며 자신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글이 무척 가슴을 울린다.

아이들에게 <우리 누나>를 읽어 주었더니 가슴 찡하다며, 감동 받는 눈치다.

장애아가 있으면 당사자도 힘들지만, 가족이 겪는 고통이 무척 크다고 한다. 가족이 겪는 고통이라는 것이 바로 비장애인인 우리가, 장애아를 가정에 두지 않은 소위 평범하다는 우리가 보내는 편견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 누나> : 나는 울고 싶은 기분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내 기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들, "야! 너네 누나, 나도 좀 보여 주라."라고 말했다.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라도 보듯... 그래서 나는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지 않았고, 누나를 감추고 싶기만 하다. 열 일곱이 되었는데,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고작 자기 이름이나 쓰고 숫자도 거의 세지 못하는 바보 같은 누나. 하지만, 누나가 그런 것은 다운증후군이라는 선천적 장애로 남보다 지능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 누나가 복지사업소에서 종이상자 접는 일을 하고 첫 월급을 타서 가족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가슴을 찡하게 한다. 비록 그 월급이라는 것이 너무 작아서 가족의 식사 비용에 못 미치지만, 아버지는 살짝 돈을 바꾸어 넣어 주시고, 나는 이제 더 이상 누나가 부끄럽지 않다. 나는 이제 드디어 자신을 괴롭히던 글짓기 숙제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누나는 장애인입니다.'라고 시작되는 글의 뒷부분은 독자가 지어 보면 되겠지?

<잇자국> : 장애를 가진, 잘 알지도 못하는 친구에게 집단적으로 행한 괴롭힘. 그 후에 피해 학생이 우리 중 하나를 물어 크게 잇자국을 남긴다. 부모는 자기 자식이 가해자인 줄은 모르고 피해자라 생각하고 우리들은 모두 공범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덮고 그 약한 아이를 울리고 만다. "모두 거짓말이에요. 우리가 그 아이를 괴롭혔어요!"라고 말하지 못해 고통스럽지만, 지나 온 시간을 돌이킬 수 없다. <<모르는 척>>이라는 책을 읽고 맘에 남았던 말! 모르는 척 하는 것은 개운하지 못하다는 말이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내 맘에 그 아이의 잇자국이 선명하게 남았으니.

<멍> : '히사에의 몸에 멍이 하나 생기는 날, 기미코의 몸에도 멍이 하나 생겼겠지. 기미코의 몸에서 멍이 사라지는 날, 히사에의 몸에서도 멍이 사라질 거야.' 엄마는 그렇게 생각한다. 몸이 불편한 히사에와 맘이 불편한 이웃동네 동생 기미코는 곧잘 어울려 놀지만, 히사에의 몸에 남겨진 멍을 바라보는 엄마의 기미코에 대한 시선은 편하지 않다. 하지만, 여러 아이들에게 둘러싸여서 집단 폭행을 당하고 있는 기미코를 본 이후 엄마는 기미코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서로의 만남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다스려 나가는 이야기인 듯하다.

<목걸이> : 소풍을 가면 언제나 기념품 가게에서 반지나 목걸이를 사는 아키라는 친구들의 이상한 시선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한 채 전학을 가게 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웃 할머니의 편지를 통해 그동안 친구들이 가졌던 모든 의혹이 해소된다. 아키라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다. 모두들 몰라라 할 때 죽어가는 토끼를 살려 내기까지 했으니. 아키라의 이웃에는 뇌성마비로 내내 누워만 지내야 하는 5학년 동생이 있다. 멋부리기를 좋아하는 그 아이를 위해 아키라는 그 동안 악세사리를 사 모았던 것이다. 여장을 하기 위해 악세사리를 산다고 오해를 했던 친구들은 한없이 미안하기만 하다.

<귀뚜라미> : 불꽃놀이를 좋아하는 토모, 하지만, 스스로 성냥을 켜지는 못한다. 공터에서 폭죽으로 인해 불이 나고, 토모의 손에 들려있던 폭죽으로 인해 토모가 불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오해를 받게 된다. 부족한 아이를 이렇게 함부로 나돌아다니게 해도 되냐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 하지만, 일을 일으킨 장본인은 나의 여동생 요코. 그 사실을 안 부모님을 사실을 숨겨 두고 싶어하지만, 요코에게 찾아왔던 토모, 아니 귀뚜라미, 그 귀뚜라미 소리가 이제는 내 맘 속에서도 들린다. 아이들에게 항상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으나 이 상황은 부모님께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아버지는 사과를 하신다. 그래도 토모형네는 이사를 가지만, 이제 내 맘 속에서 들리던 귀뚜라미 소리는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워싱턴 포스트 행진곡> : 누나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지만, 뇌성마비 장애인인 나를 친척들은 창피하게 여긴다. 그 상황을 힘들어 하고 계시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아프다는 핑계로 참석하지 않으려 하는데, 멋진 매형이 '나'를 결혼식에 참석하게 해 주어 참 다행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미유키는 오빠 결혼식에 가지 못해 마음이 이만저만 상한 게 아니다. 그런 미유키를 보며 누나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가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 한다. 바보(?)같은 미유키는 울음 대신 캬하하 웃지만, 친척들에게 창피거리로 여겨지고 있어 결혼식에 못 간 것임을 생각하니 맘 편히 웃고 있는 미유키가 짜증스럽고, 분하고, 슬프고, 불쌍하다. '미유키, 정신 차려. 우리는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야!'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는 다케시는 자기 몸을 주체하지 못할 때 불러보는 워싱턴 포스트 행진곡을 마음속으로 크게 노래한다.

다 읽은 느낌! 그 속에 들어가서 생활한 분이 적은 글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생생하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꼭 소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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