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면 다야?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18
함영연 지음 / 시공주니어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가 가르친 아이 중에 이 한 마디에 가슴에 못이 콱 박혔다고 얘기했던 친구가 기억이 납니다.

말썽꾸러기 녀석이 숙제도 안 해오길래, 봉사위원이 모범이 되어야지, 그래가지고 봉사위원하겠냐는 말은 제가 잘 써 먹던 말이었는데, 어떤 기회에 서로에게 서운했던거 이야기 해 보자 했더니 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때 반성 많이 했습니다.

반장이 숙제를 안 해오거나 까불어서 제게 딱 걸리는 일이 생기면 친구들 입에서는 "반장이면서 말야..."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요.

봉사위원, 반장, 회장 등 학급을 대표하는 아이들은 아이들에게서도 조금 남다를 것을 요구 받습니다. 미령이가 전학 간 학교의회장인 태섭이는 회장이라는 이름으로 선생님이 가지신 권력(?)을 행사합니다. 친구들 손바닥 때리는 것까지 선생님이 눈감아 주시니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전학 온 미령이가 자신보다 수학시험을 잘 친 것이 태섭이에게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아프신 아버지 때문에 시골 할머니 댁에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 미령이는 이런 태섭이 무리로부터 받는 부당한 대우에 마음이 더 아립니다.

하지만, 태섭이도 태섭이 나름의 속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잘 할 것을, 1등 할 것을, 회장다울 것을 강요받는 것은 어린 태섭이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일입니다. 태섭이가 겪는 이 마음 고생이 마음의 성장통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께 꾸중 들으며 훌쩍이다 미령이에게 들키는 바람에 놀라 일어서다가 그만 발을 잘못 디뎌 저수지에 빠진 태섭이를 구해주면서 미령이는 태섭이가 처한 자신과는 또 다른 상황도 제법 어른스럽게 이해하게 되지요. 항상 밉살스럽던 못된 회장에게서도 마음 가는 한 구석을 발견하게 되지요.

아프다는 이유로 학급을 잘 돌보지 못하시는 선생님은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그동안 못 해 준 것에 대해 사과도 하고 싶으시고, 그리고 친구들과 서로 사이좋게 지내도록 도와 주고 싶으십니다. 미령이의 마니또가 된 태섭이! 미령이가 선물 받은 향기나는 지우개를 들고 있는 태섭이를 통해 미령이에 대한 태섭이의 미움이 눈 녹듯이 녹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렇게 이야기는 잘 마무리 됩니디.

회장이 된 아들에게 선물로 주었더니 이야기의 내용을 잘 받아들이더라던 앞서 글 쓰신 분의 말처럼 이 책이 꼭 필요한 친구, 어울릴만한 친구들이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누가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책의 선택에 망설일 필요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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