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동무 1
권정생 지음, 박경진 그림 / 우리교육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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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경쾌한 이야기로 채워진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집을 하나 만났습니다.

또야 너구리는 왜 기운 바지를 입었을까요? 알뜰살뜰 어머니의 권유에도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던 또야 너구리의 마음을 어머니는 어떻게 바꾸었을까요? 또야 너구리의 유치원 친구들은 기운 바지를 입은 또야 너구릴 놀리지 않고 왜 엄마에게 기운 바지를 입혀 달라고 할거라고 하였을까요? 책에는 안 나오지만 유치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과연 또야 너구리 엄마의 훌륭한 점을 어떻게 말씀하여 주셨을까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를 들은 유치원 나무들, 먼 데 산의 나무들, 시냇물 고기들, 하늘의 별님들, 달님들이 모두 더 잘 자라고, 많아질거라는 여운을 남기면서 마무리는 되는 이야기 속에는 아이들과 나누어 볼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또야 너구리처럼 기운 바지는 입지 않으려 하겠지요? 유치원 아이들이라면 또야의 친구들처럼 엄마에게 기운 바지를 입혀 달라고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비꽃 피는 어느 장날>에서는 약장수의 공연을 구경하려던 형제 개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형은 기어기어 사람들 제일 앞으로 가서 구경하고, 동생은 기어기어 키 큰 아저씨 머리 위에서 구경하지요. 구경 잘 했냐는 형의 말에 찔룩이는 정신없이 구경하느라 키 큰 아저씨 머리 꼭대기에서 응아 해 버렸다고 이야기 해 줍니다. 찔룩이는 형아에게 '꽁' 쥐어 박히지만, 아저씨는 개미의 응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셨겠지요?

<물렁감>을 따먹고 싶어 폴짝폴짝 뛰어 보지만 작은 키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아기 돼지 통통이에게 아기 사슴 콩이가 다가가 감을 따 줍니다. 같이 나누어 먹자 하지만 심부름 가는 길이 바쁘다고 그냥 가는 콩이를 보며 통통이는 이 다음에 콩이가 힘든 일이 있으면 도와주리라 맘 먹습니다. 친구의 어려움을 보고 모르는 척 하지 않는 콩이와 그걸 곱게 기억하는 통통이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이 짧은 동화가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강 건너 마을 이야기>에서는 불이 난 이웃 마을을 위해 자기들이 먹을 것을 하나씩 아껴 도와주는 마음 따뜻한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살구나무집 할머니>에서는 도시로 자식들을 다 보내고, 할아버지마저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외로운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할아버지를 따라 하늘의 별이 된 할머니는 아름다운 고향집에 누군가 착한 사람이 와서 살기를 바랍니다. 자식들이 내려와 산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맘으로 오늘도 아래를 내려다 보신대요.

<오두막 할머니>는 추수감사절 예배를 마치고 나누어 먹으려고 꼭 교회 식구 수만큼 경단떡을 만들어 두고는 잠자리에 드는데, 나그네를 세 사람 맞게 됩니다. 모두 춥고 배고프고 돈 없는 나그네를 모른 척 할 수 없는 할머니는 그들에게 떡과 돈과 잠자리를 나누어 주지요. 부족한 떡은 교회 식구들끼리 잘라서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답니다. 할머니는 꿈에서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그 세 사람은 다시 예수님 한 사람으로 합쳐 집니다.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이야기를 선생님은 어린이 친구들에게 이야기 해 주고 싶으셨나 봅니다.

큰 사건의 반전은 없어도 이렇게 가슴 잔잔히 여운을 줄 수 있는 책이기에 아이들 재우면서 하나씩 읽어 주었답니다. 우리 아가야들도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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