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다섯 살인 어떠한 일도 겪지 않은 내 아이가 걱정되었다면 조금 우스울까요? 세상이 험한지라 딸 가진 부모는 여러 걱정을 덤으로 하고 살지요.

이번 11월의 주제 도서로 아이들에게 성에 관한 이야길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읽기 편한 책으로 권하여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선생님 책 읽어 주기 시간에 <<난 싫다고 말해요>>라는 책을 읽어 주었지요. 평소와 달리 조금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고 만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미리 싫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위기상황 탈출이 더 쉬울 수 있다고 꼭 이야기 해 주고 싶었습니다. 책을 다 읽어주니 여학생 하나가 다가와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하고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은 간단한 성추행 정도는 무슨 특별한 일이 아니라 자라면서 한 번쯤은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현실이 무척 가슴이 아프지만, 신체구조와 생리학적인 성교육보다도 어쩜 자신을 지켜 나가는 법을 알려주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은 YES24 독후감 쓰기 대회에서 부상으로 받은 거랍니다. 물론 저희 반 아이들의 공이지만,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책 고르는 것은 제가 했지요. 이금이 작가의 책을 몇 권 골랐는데,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던 이 책이 있길래 반가운 맘으로 신청을 했지요. 그리고 책을 한 권 한 권 소개를 해 주는데, 이 책에 와서 아이 하나가 "선생님, 엄마가 그러는데요. 그 책은 우리들이 읽는 책이 아니래요."합니다. 알라딘 권장 연령으로는 5~6학년으로 되어 있는 걸 확인 해서 무리 없겠다 하고 주문 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성에 관련 된 내용이니까 제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데, 자기는 특이한 소재를 좋아하니 이 책을 꼭 읽게 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는 친구가 있어 읽어보도록 했습니다.

"책이 재미있었어?" "네." "친구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해도 좋겠더나?" "네." 합니다.

동명이인 유진과 유진. 유치원 시절 같을 일을 겪은 두 아이에게 부모는 다른 모습으로 대합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 해 주는 부모를 가진 큰 유진이게도 어린 시절의 기억은 남자친구를 잃게 되는 새로운 아픔으로 다가오지요. 하지만, 미친 개에게 물린 셈 칠 수 있는 마음을 먹게도 해 주고, 적어도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생각하고 과거의 시간 속에서 자유롭게 해 줍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아이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워야 겠다고 생각한(아니, 사실은 부모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고 싶어한) 작은 유진이의 부모! 하지만, 이러한 기억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지워진 것처럼 속이고 저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되살아 난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꼭 알아야 한다는 걸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같은 일을 겪은 두 아이가 맞이하는 되살아난 유년시절의 기억이 작은 유진에게만 더 큰 고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도 조금은 작위적인 장치이지만, 두 경우의 상황설정이 필요해서 동명이인을 책에 가지고 왔다고 얘기하면서 하지만 두 아이는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이야기 합니다. 깨어진 유년 시절의 기억의 조각을 맞춘다고 고통스러운 청소년기를 맞게 되는 작은 유진! 부모가 숨겨 준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 채 곪아터지는 경지에 이르고 부모의 때 늦은 후회는 시간을 돌릴 수도 없게 되지요. 작은 유진이의 상처는 과거로 돌아가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풀어나가야 할 새로운 과제라고 여겨집니다. 두 아이가 겪는 방황의 시간, 그리고 가슴 아프게 이겨 나가는 시간들을 작가는 치밀한 구성을 통해 독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4학년인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 책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11월의 주제도서와 함께 이 책의 줄거리를 이야기 해 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다고 얘기하는 친구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읽어보게 할 생각입니다.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힙니다. 청소년기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의 의사소통이 힘든 부모들은 아이들의 책을 통해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답니다.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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