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 파티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43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여름 아침독서 학교에서 강백향 선생님으로부터 여러 권의 책을 추천 받았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였고, 꼭 하나 사서 읽어야지 하고 표를 해 두었다. 그리고 책을 사서는 읽지 못한 채로 9월 생일 잔치에 아이들에게 이 책 정말 재밌다더라며 고르라는 압력을 넣었건만 다른 책에 밀려서 선택되지 못했다. 이 책을 바라보며, "이 책 정말 재밌다던데... 여학생들이 껌뻑 죽는다던데..."하며 아쉬움을 표하자 아이 하나가 쪼르르 책꽂이로 가더니 책 하나를 가지고 온다.

"선생님 이 책하고 그림이 똑같아요."한다. <<공룡 도시락>>!!! 아~ 나는 왜 그걸 알아보지 못했을까?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공룡 도시락의 글작가, 그림작가가 이 책을 함께 만들었다니!

이 책은 잡자마자 후딱 읽어지는 그런 책이다.

알파벳클럽의 다섯 명의소녀 Amy, Bella, Chloe, Daisy, Emily는 생일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잠옷 파티(친구 집에 모여 하룻밤을 지내는 파티)를 연다. 장애인 언니를 둔 주인공 데이지는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이 무척 곤란한 입장. 차례차례 친구들의 집에 초대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자신의 생일이 다가올수록 부담스럽기만 하다. 클로에는 시시때때로 데이지를 골탕 먹이고, 괴롭혀서 미운 아이가 되어 버린다. 나는 책을 읽다가 어떤 계기로 데이지처럼 클로에도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 동병상련의 맘으로 화해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아픈 언니 때문에 항상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는 딸아이에 대한 애처로운 맘이 든 아빠, 엄마는 데이지의 멋진 잠옷파티를 열어 주신다. 항상 트집만 잡으면서 데이지의 생일파티에서 "따분하다"를 연발하던 클로에가 밤중에 화장실을 가는 길에 릴리언니가 내는 이상한 소리에 너무나 겁이 나서 옷에 오줌을 싸 버리는 바람에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데, 굉장히 통쾌하다. 101마리 달마시안의 비디오 테이프에 무서운 유령 이야기를 담아와서 생일 선물로 내밀고, 그걸 아이들이 보게 하고, 무서운 유령이야기만 잔뜩 하던 클로에는 아마도 릴리 언니의 상태를 제대로 몰랐기에 언니가 내는 소리를 유령소리로 착각하고 무척이나 무서웠을 것이다. 데이지를 공격하고 데이지를 알파벳 클럽에서 몰아내고 싶었겠지만, 친구들의 마음은 클로에에게서 떠나서 절교를 하고 싶은 맘이 가득했는데 고맙게도 클로에가 제 입으로 절교를 하자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비밀(옷에 오줌을 눈)을 알고 있는 4명의 소녀가 그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할까봐 못마땅하지만 C빠진 알파벳 클럽을 무시할 수 없다.

다 읽고 나니 정말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하다. 그리고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데이지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 대한 따뜻한 이해도 더불어 선물로 받을 수 있어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클로에를 제외한 에이미, 벨라, 에밀리가 릴리 언니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줘서 참 다행이다. 언니에 대한 애틋한 맘이 있긴 해도 데이지는 아직 어리니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무게가 있을 것이다. 때로는 언니가 밉고 언니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자신의 삶이 고달플 것이고, 엄마의 모든 관심을 언니에게 빼앗긴 데 대한 박탈감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런 데이지가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행복해져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가 자라면 생일날 이렇게 단짝 친구들을 모아서 잠옷파티라는 걸 한 번 열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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