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한의사 외삼촌 문원아이 27
최미선 글, 이민선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단편동화 모음집이다. 모두 7개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에는 조금 흡인력이 약한 것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짧은 글 속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아이들의 마음결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찡한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인 <하느님의 꽃다발>이다. 70 나이에 홀로 두 손자를 키우며 시장에서 야채를 파시는 할머니의 칠순 잔치를 걱정하는 제법 의젓한 큰손자와 자기 생일날 형아에게 무슨 선물을 받을까가 걱정인 10살 꼬마 아이! 그 동생이 무엇이든 다 알아 도사님으로 모시고 있는 공부방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하느님께서는 선물을 다 준비해 두신다는 말씀에서 도대체 어떤 선물이 등장할까 생각했는데, 천진난만, 순진무구한 10살 소년이 찾아낸 것은 그야 말로 멋진 하느님의 선물이었다. 아이의 이런 순수함 앞에 눈물 핑 돌지 않을 사람 누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여러 편의 이야기 중에서도 오늘 내 마음에 제일 가까이 온 이야기는 <생일 선물>이다. 어린이집의 사정에 따라 9월에 두 아이의 어린이집을 바꾸면서 큰 아이의 적응은 정말이지 걱정도 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선생님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으면서 너무 잘 지내온 터라, 어디다 내 놓아도 문제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적은 수의 아이들이 모두 종일반 수업을 하던 예전 초등학교 부설 어린이집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 환경에 우리 아이의 적응력은 지금 심각한 시험에 올라 있다. 아이가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일찍 가는데, 자기만 남아서(같은 반에 맞벌이 부부가 많이 없으셔서 30명 중 4명의 친구만이 종일반에 참여한다고 한다.) 지내야 하는 나머지 시간이 너무 견디기 힘든가 보다. 저녁이면 "엄마, 빨리 와!"하면서 울고 아침에 눈 뜨자 마자 또 "엄마, 빨리 와야 돼."하면서 운다. 그렇게 울다가 서서히 적응 하리라 믿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더 세어지는 것이 엄마를 정말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주인공 아이가 생일 날 정말 작지만, 귀한 선물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모습도 여러 이유로 나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사는 게 힘든 도시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제대로 못 건사한다고 생각하신 할머니는 아이를 시골로 데리고 오시며 이렇게 하면 밥이라도 제대로 먹지 않겠냐고 하시지만(사실 우리 학교에는 이런 사연을 가지고 떠나는 아이들이 있다. 그곳에서는 그래도 밥은 할머니가 챙겨주시겠지~ 하며 안도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다.) 엄마랑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여간한 고역이 아닐 수 없겠지. 생일날 엄마가 오시겠다던 말을 의심은 하면서도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읽으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30분을 훌쩍이던 딸 아이의 얼굴이 자꾸 겹쳐져서 마음이 짠하다. 주인공과 우리 아이가 처한 상황은 경우가 다를지라도 엄마를 원하는 아이의 그 간절한 마음이라는 것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는 아이들 나름의 색깔을 가진 그들의 고민이 들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고민을 가짜 처방(?)으로 해결해 주어 그들의 속을 뻥 뚫어주시는 <가짜 한의사 외삼촌>같은 어른도 있다.

글이 제법 커서 아이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을 듯하다. (사)행복한 아침독서로부터 책을 받았는데, 기증해 주신 문원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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