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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잡는 아버지 ㅣ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5
김환영 그림, 현덕 글 / 길벗어린이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이란 글과 그림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때 그 멋진 값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림이 오히려 글을 방해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원래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 글책에 작가가 그림을 덧씌웠기 때문일까? 그림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바우의 얼굴이 만화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내게는. 그냥 글만 가지고 읽으면서 바우의 얼굴을 마음으로 그려보는 것이 이 작품을 좀 더 잘 소화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하고 내 맘대로 생각해 본다.
글의 전체 내용은 무척이나 슬프다.
재주는 있으나 집이 가난하여 공부를 하러 가지 못하는 주인공 바우와는 반대로 크게 두드러지지 못했음에도 집이 잘 살아 서울로 공부하러 간 경환이가 방학(하기 휴가)을 맞아 시골로 내려와 방학숙제랍시며 나비 채집을 하는 모습이 바우에게는 한없이 아니꼽다. 경환이가 쫓던 호랑나비를 손으로 잡고 있는 바우에게 경환이는 호랑나비를 요구하지만, 바우는 그걸 그냥 날려 버린다. 그것이 분해 경환이는 나비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참외가 익기 시작하는 바우네 넝쿨을 함부로 밟으며 앙갚음을 하려 하고 그걸 보고 참지 못한 바우는 싸움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어디 두고 보자던 경환이의 말은 헛말이 아니었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불려가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바우가 경환이에게 나비를 잡아다가 주면서 미안하다고 하길 부모님은 바라시지만, 바우는 죽어도 그럴 마음이 없고. 결국 자식 대신 나비를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도 불쌍한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하리라 맘을 먹는다. 이로써 등장인물간의 갈등들이 해소되는데!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하에서 활동했던 작가 현덕의 빼어난 작품을 만난 것은 참 행운이다. 이 작품은 무언가 아릿한 여운을 남겨준다. 요즘 아이들에게 일제강점기 이야기를 몇 개씩 읽어주고 있는데, 이번 수요일에는 이 책을 한 번 읽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