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반양장)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4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번째로 읽는 로알드 달의 책이다. 더 읽어주어야 할 대기자(대기 책?)도 있다. 글 잘 쓰는 작가 로알드 달의 책이니 책은 그 두께와 상관없이 막힘없이 줄줄 읽히고 무척이나 재미있어, 강추다.

그런데, 나는 마틸다를 책이 아닌 영화로 먼저 만났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 그 영화에 무척이나 실망한다. 책을 읽으면서 펼쳐지는 무한상상의 세계를 영화가 다 감당해내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는 것도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다.

너무 재미있어서 영화를 이미 여러 차례 본 나에게 마틸다는 무척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으며 인상깊은 악녀 트런치불 교장 선생님의 모습과 선생님의 헤머 던지기(아이들 던지기)가 머리 속에 그대로 남아 있어 책 속의 장면을 보면서 막바로 영화의 장면으로 연결되어 버린다. 책 읽으면서 누리는 재미있는 그림 그리기는 애시당초 실패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영화를 책에 맞게 참 제대로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처럼 영화를 먼저 만난 아이들은 이 책을 부담없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책을 작년에 샀었는데(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그 두꺼운 길이에도 불구하고 2학년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다며 열심히 읽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를 관심있게 본 적이 있다.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책의 내용도 믿어 의심할 바가 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 책을 재미있게 읽던 아이들처럼 이 책 또한 학급문고에 두면 아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니 선생님이 가졌던 의문처럼 어떻게 마틸다처럼 이렇게 뛰어난 아이에게 그런 부모님이 계실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를 볼 때 그 아이의 부모와 연관지어 보기를 당연시 하니 그 의문은 누구나 가질 법하다. 작가는 아이의 모습을 아이 자체로 보지 부모랑 연관 짓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마틸다를 좀 더 도드라지게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형편없는 부모를 설정한 것일까?

그리고 주목하게 되는 사람은 반동인물로 등장하는 트런치불 교장 선생님이다.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한 일은 실로 엽기적이다. 아이들을 가두고, 던지고, 무섭게 대하고!

지난 번 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 각 반 전체 공개수업 시간, 수업을 보려고 들어오신 교장선생님을 보고 1학년 꼬마 하나가 "선생님, 왜 교장선생님은 대머리예요?(아이는 사실 너무 궁금해서)"하고 물어서-1학년 교실에는 이렇게 방어불능의 아이가 둘 셋 있다고 한다. 아~ 1학년 너무 무서워요. ^^- 교장 선생님을 빠른 시간 안에 교실에서 물러가게 만든 이야기를 들으면서 겁없는 1학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트런치불 선생님은 1학년 교실에서 끽 소리 하나 안 나게 했으니 참으로 그 힘이란!

그런데 이런 교장선생님을 통쾌하게 물리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우리의 주인공 마틸다! 사랑하는 하니 선생님을 위해, 억울한 하니 선생님을 위해 그 모든 일을 계획하고 실천하여 성공한다. 초능력의 힘까지 등장하여 영화에서는 이 재미도 상당히 컸던 것 같다.

마지막에는 사기행각을 벌여서 더 이상 마을에 머물러 있지 못하 게 된 부모님을 대신 해 줄 정신적 지주로 하니 선생님을 선택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딸아이에게 관심없던 부모님께 자신의 양육권을 하니 선생님에게 넘길 것을 허락받고는 평범한 아이가 누릴 행복을 되찾게 된다. 이제 무언가가 제대로 돌아가게 된 거다. 어두운 과거를 마틸다 덕에 제대로 정리하고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를 되찾은 하니 선생님 집에서 마틸다도 큰 행복을 누리겠지?

아이의 능력을 잘 살피고, 제대로 키워 준 교사의 역할도 눈여겨 볼 만하다. 사실 교실에서 열등아에 관심을 가지고, 수준을 중간 보다 조금 낮게 두고 지도하다 보면 오히려 우등생들이 손해 볼 때가 있고, 뛰어난 아이들도 학교에만 들어가면 다 수준이 같아진다는 씁쓰레한 우스개 이야기도 있는데, 뛰어난 아이들에 대한 격려도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열심히 읽어 더욱 똑똑해진 마틸다처럼 나도 그렇게 읽다보면 조금 똑똑해질까 생각도 해 보고...

책,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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