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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 2024 뉴베리 아너상
에린 보우 지음, 천미나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8월
평점 :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스포일러를 만나면 반갑지 않다. 최근에 어떤 책을 읽으려 했는데 반 아이가 그 책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바람에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반전의 재미를 느낄 찰나의 즐거움을 빼앗겼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기대를 가득 안고 이 책을 읽을 누군가에게 이 글이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작가도 그 점에 주의하면서 이야기를 중반까지 끌고 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책을 펼치게 되면 사이먼에게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었구나를 짐작해 보게 되지만 구체적인 사건은 중반까지 꽁꽁 숨겨져 있다. 세상에서 잊혀지고 싶었던 사이먼! 오마하 사건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아이. 도대체 오마하 사건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증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사이먼 가족의 새 정착지는 그린 앤 베어잇(Grin and Bear It, 억지로라도 웃으며 견디라는 뜻을 가진 마을이라니!). 이곳에서 아빠는 대성당 버금가는 커다란 성당에서 부제의 일을 맡고, 장례 지도사인 엄마는 ‘도살장의 아들들’이라는 장례식장을 사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마을에 정착하기로 한 진짜 이유는 이곳이 우주 전파 신호를 탐지하기 위해 외계 전파 신호 탐지를 방해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전파도 방출해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사이먼은 이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사이먼과 얽혀 있는 큰 사건을 검색하거나 만나게 될 인터넷이나 라디오, 텔레비전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라는 것. 사이먼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는 이 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려 한다.
사이먼이 꽁꽁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자 그들의 시선에 사이먼은 다시 힘들어진다. 그 눈빛이 호기심인지, 걱정인지 계산해 보기도 전에 사이먼의 호흡이 가빠진다. 친구인 케빈과 아게이트도 사이먼의 비밀을 알게 된다. 드디어 독자도 그 비밀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에 고통스러워하는 사이먼을 어설프게 위로하기 보다 사이먼의 마음을 따라 숨죽여 볼 것. 사이먼이 느끼는 마음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만난다면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국어 시간에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진 친구를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지 이야기해 보라던 선생님 말씀에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주변에 그런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그 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그런 경험이 많아졌다고 해서 위로를 건네는 말을 세련되게 할 수 있게 되었을까? 여전히 이 문제는 내게 어렵다.
그런데 위로라는 것은 근사한 미사여구를 동원해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이먼의 친구인 아게이트와 케빈이 알려 준다. 아무렇지 않은 일인 듯 툭 한 마디 건네는 아게이트, 특별한 말을 찾지 못해 거리를 두는 케빈의 모습에서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을 엿보게 된다.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친구. 그 친구를 가진 사이먼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은 안심이 된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2024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거였다. 얼마나 재미있을까? 얼마나 깊은 감동을 줄까?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은 어디일까? 여러 가지가 궁금해졌다. 책이 두꺼워서 보통의 읽기 능력을 가진 어린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반을 넘기면 이야기의 퍼즐을 맞추는 재미를 느끼게 되고 후반으로 가면 코끝이 찡해짐을 느끼게 된다.
어려움에 처한 사이먼을 걱정하고 위로해 주는 가족이 있고,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이먼을 위해 온 마을을 시끌벅적하게 만들 사건을 궁리하는 친구가 있다. 게다가 그 친구는 또 다른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트라우마를 만날 수도 있었던 사이먼의 손을 놓지 않았다. 나도 그런 친구를 가지고 싶다. 함께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어줄 그런 친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