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보내기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34
박미라 지음, 최정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씩씩한 우리 반 반장이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책 하나를 읽어 주었는데, 진짜 슬프다고 여기저기서 이야기 하니 바다가 책 하나를 가지고 오겠단다. 그렇게 해서 가지고 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빠 보내기?'

"바다야, 이 책 넌 읽었나?" "네."

"주인공의 아빠가 돌아가셨나?" "아마 그럴걸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바다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이 책 전체가 바로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추억을 어떻게 고이 간직하고, 살아남은 자로서 살아가느냐 하는 이야기인데, "아마 그럴걸요~"라니!

바다가 이 책을 읽었건 안 읽었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이 책을 준 바다에게 참 좋은 책 소개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밥을 먹으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남편과 조금 나누었는데, 남편 왈 "아이들 책에서 너무 무거운 소재는 별로더라."그런다. 그런데, 세상사가 밝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러한 책을 한 번쯤 만나게 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딸 네 살 때 사람은 누구나 다 죽고, 엄마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더니 어찌 그리 슬피 울던지. 울어서 달래느라 고생한 기억이 있다. 네 살 우리 아들은 언제나 엄마 등에 대롱대롱 매달려 살았는데, 니가 이렇게 자꾸 엄마 보고 업어 달라고 그러면 엄마가 빨리 할머니 된다 그랬더니 엄마 할머니 되는 거 싫다고 안 업히겠다 할 정도니... 그런 아이들이 부모의 죽음을 만난다면 이 세상은 아이들에게 어떤 무게를 안겨 주게 될까?

그에 반해 우리의 주인공 장민서양은 참으로 용감하다. 암으로 남편을 앞세우고 정신적인 아픔을 이겨내지 못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를 7층 할머니와 함께 병원에도 가지 않고 치료해 주었으니 말이다. 민서가 느끼는 아빠의 빈 자리에 대한 느낌! 그것이 슬픈 것인지, 외로운 것인지, 심심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가슴에 와 콕콕 박힌다.

물 젖은 와이셔츠와 탈수된 와이셔츠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  탈수되어 구겨진 옷에서 오랜 시간 병치레하던 아픈 아빠를 떠올리던 엄마는 빨아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 그렇게 흔들리는 옷을 보며 먼저간 아빠를 추억한다. 널어둔 이불이며 시래기가 엉망이 되었다고 쫓아 오신 6층 아줌마와 달리 똑같은 아픔을 먼저 겪은 7층 할머니는 민서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분이고, 정말 진짜 할머니처럼 민서 가족을 구해 주신다.

이제는 할머니와 엄마는 공터를 닦아 가꾼 채소밭에서 맛있는 채소를 캐어 아파트 주민들에게 싼 값에 팔기도 하고, 채소 가꾸기 바람을 아파트에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아빠의 와이셔츠를 입고 밭에서 일하시는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마음이 아프시지 않으시다. 가끔 아빠를 추억하면서 민서도, 엄마도 마음에 물이 흐를 때는 있지만,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아빠의 자리를 괴로움 속에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이야기의 흐름은 막힘이 없고, 주인공의 아픔은 그대로 잘 전달이 된다.

어린 시절 죽지 않을만큼 놀았다는 작가의 프로필을 어디선가 만나 본 듯하다.

슬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이 이러한 책도 한 번 읽어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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