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분도그림우화 26
권정생 지음 / 분도출판사 / 198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 권정생에 대한 그의 삶이 궁금하여 <권정생 이야기>라는 책을 샀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다가 고마운 분이 있어 그 책을 그냥 선물해 버리는 바람에 다시 사야 된다. 그 책과 아울러 이 책을 샀다. 그리고 특별한 고민을 하고 산 책이 아니건만 내게 이렇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에 나는 그저 횡재한 기분이 든다.

생쥐에게 "내겐 너 하나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아저씨와 "내겐 아저씨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는 생쥐가 펼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키득거리게 만든다.

먼저 죽은 생쥐가 아저씨에게 "아저씨, 난 이렇게 죽어서 편한데 왠지 아저씨가 걱정 되어요."라고 했는데 지금 권정생 아저씨는 죽은 후의 안식을 얻고 계실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얼굴이 오버랩 된다. 생쥐와 종지기 아저씨가 주고 받는 이야기는 정말 상상이 아니라 현실인 듯하고, 작가는 꼭 그림에 나오는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삽화 속에 들어앉아 있는 듯하다.

1985년 초판, 2003년 8쇄. 내가 산 책에서 얻은 정보다. 1982년 초등학교 6학년 때, 무슨 상인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글짓기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부상으로 받은 일기장에 그려진 그림에는 간첩식별하는 법이 있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거나, 옷에 흙이 많이 묻어 있거나... 뭐 그런 사람은 의심해 보라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고, 그 당시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던 똘이 장군이라는 만화영화에는 북한 괴로군(?)은 모두 늑대탈을 쓰고 땅굴이나 파고, 머리에 뿔이 달린, 우리와는 사뭇 다른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어린 맘에 강렬하게 남겼더랬다. 시대가 변했기에 오늘날 학교에서는 통일 교육은 하지만, 그 당시처럼 반공교육은 시키지 않고 있다. 돌이켜 보니 그 당시 우리에게 반공교육을 시킬 수 밖에 없었던 선생님들도 어떤 부분에서는 참 난감하셨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조금 든다. 이 책에는 그 당시 금기시 되었던 북한 이야기, 소련 이야기, 어지러운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참으로 묘하게 풍자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 우리가 교육 받은 대로 '북한은 나쁘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은근히 반어법을 쓰는 듯하고, 비꼬는 듯하고... 시대상에 의해 불온서적(?) 감시 받은 적은 없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고... 아저씨와 생쥐가 나누는 이야기가 엉터리 이야기인듯 하면서도 동시에 진실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른들에게는 이 글을 읽는 재미가 실로 쏠쏠할 듯하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 된 이야기들은 하나하나 그 재미가 남다르다.

<장가가던 꿈 이야기>에서 생쥐는 아저씨 이불에 오줌을 누고는 아저씨가 장가가던 꿈을 꾸다가 그랬다 그러고, 아저씨는 누지 말던가, 누러면 흠뻑 많이 누어 빨래하는 보람이라도 있도록 하라고 뭐라하시고, 생쥐는 요렇게 쬐그만 게 무슨 수로 그 큰 이불을 흠뻑 적시냐고 항변한다. 그 시작부터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이러한 웃음은 이야기 이야기 마다에 숨어 있다.

<높은 보좌 위의 하느님>에서는 참 하느님은 도대체 어디 계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만든 허상의 하느님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그렇게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옥을 보고 나서>에서는 인간 삶이 곧 지옥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방송 연습>에선 대북, 대남 방송이 아닌, 생쥐골과 도토리골의 대동, 대서 방송으로 풍자되어 있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미나다.

<아저씨의 유언>에서는 정말 키득키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죽은 후 자신을 돌봐 주면 생쥐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쥐포 반 마리를 주겠노라 약속하신 아저씨가 생쥐에게 요구한 것은 이집트 왕의 유해가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몸에 발랐다던 몰약을 구해서 온 몸에 발라 주고 풀밭에 눕혀 죽은 후의 평안한 안식을 얻도록 해 주라는 것! 그러나 몰약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불가능하다고 아저씨는 이야기 하지만, 어느 날 정말 비슷한 것을 구했노라 이야기 하면서 아저씨로부터 쥐포 한 마리의 약속을 받아내고 생쥐가 내민 것은 '물약!' 몰약과 물약이 어찌 비슷하냐고 해도 점 하나 위치 차이 나는 것 말고는 정말 비슷하지 않냐 그러는 생쥐의 능청이 귀엽기만 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보라 하면 아이들도 나처럼 그렇게 키득 거릴 수 있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하나, 더! 이 책의 정말 큰 매력은 가격이 엄청 저렴하다는 것! 4000원이니까 본전을 몇 번을 뽑고도 남으리라! 많이많이 사서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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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07-09-2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에 TV에서 권정생의 이야길 봤다. 그 이야기 중에 많이 인용되던 책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라는 책을 꼭 사서 읽고 싶은데,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르겠다. 책이 절판 된 듯하다. 아쉽다. 어느 출판사에서라도 다시 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