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벽화 높새바람 3
김해원 지음, 전상용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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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도둑 준모>>가 생각났다.

거짓을 이야기 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이 아닌 것을 아니라고 용기있게 제 시간에 말하지 못해서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이 잘 이야기 된 <<그림도둑 준모>>처럼, 이 책도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사실을 제 때에 말하지 못해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어른들의 정신없는 반응이 그저 넋이 나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몰랐던 어린아이들(사총사)을 그리고 있다. 인물들의 겪는 갈등이 읽는 이의 마음을 책 속으로 잘 끌고 간다.

먼저 이 책을 이야기 하기 전에 개성있는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부터 하는 것이 좋겠다.

*햄릿-이 이야기를 펼치는 나, 최해민

*제갈공명-도수  높은 안경에 말까지 더듬거려 학교에서는 영감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는 오창명, 아는 것이 많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 그럴싸한 거짓말을 지어내는 천재다.

*돈키호테-송동기, 무슨 일이든 떠벌리는 데는 녀석을 당할 사람이 없다. 목소리는 크나 행동은 약하다.

*화가-송동화, 송동기의 동생이며 그림을 잘 그려서 화가라는 별명을 가졌다.

돈키호테와 화가의 아버지는 생물 선생님이시고, 사건의 발단은 아버지가 보관하고 계신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탁본을 화가가 몰래 가지고 나와서 그들의 아지트인 동굴 벽에 솜씨 좋게 고래 그림을 잔뜩 그려넣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어른들은 모르지만 사총사에게는 비밀 본부가 된 동굴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들이 재미삼아 한 폭죽놀이 끝에 남은 불씨로 산불이 나면서 어른들에게 드러나게 된다. 동화의 그림은 벽화로 오해받고 마을 사람들은 이제 힘겨운 농사 말고도 밥 벌어 먹고 살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신이나, 기자를 부르고 군청에 달려가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이야기도 못 하고 마음만 쪼그라 붙는다. 문화재발견 보상금 문제로 아버지들이 싸우시는 것을 보다가 끝내 동화가 울면서 자신이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고백하게 되고! 아이들은 제쳐두고 어른들만의 문제로 모든 것을 끌고 나가던 무책임한 어른들이 이제는 그 모든 책임을 아이들에게 뒤집어 씌운 채(?)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려 한다.

모든 사람의 꾸중을 다 이겨냈지만, 아이들은 마지막에 만나게 될 호랑이 교장 선생님이 가장 무섭다.

그런데 나는 교장선생님이 삐걱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등장하실 때부터 아이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복선을 느낄 수 있었다. 벽면을 향해 서라는 말씀에서 나 혼자 결말을 그려 보았다. 그리고 그 결말이 내 예상과 맞아 떨어져서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이 학교 담벼락에 그리게 될 벽화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또 다른 역사 속에 등장하리라는(사실은 그렇지 않겠지만) 동화 속 상상을 나 혼자 해 본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3천년 전에 그려진 것이라고 하니 오랜 세월이 지난다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도 문화적 가치를 지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나의 눈도 상당히 아이 수준으로 잘 내려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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