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넘어서 베틀북 창작동화 7
황선미 지음, 한병호 그림 / 베틀북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황선미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분이다. 그 분의 책은 어느 것 하나 재미없는 것이 없다. 그냥 술술 읽힌다.

이 책은 네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 코딱지만 한 괴물

단짝 친구인 푸름이와 영민이는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게 멀어져 간다. 물론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싸움이 잦아지고,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을 듣지 못하는 영민이를 푸름이와 모른척 한 것이나 마찬가지. 할머니댁으로 가면서 영민이는 푸름이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어항을 살짝 푸름이에게 남겨준다. 잘 가라는 인사도, 다음에 연락하자는 말도 없었지만 어항을 매개로 두 아이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 되리라. 친구를 떠나 보낸 푸름이의 아픈 마음이 정말 잘 표현 되었다. 영민이의 금붕어지만 이제는 푸름이에게 속하게 된 금붕어들에게 붙어서 금붕어들을 괴롭히는 코딱지만 한 괴물을 아버지가 처치해 주신 이야기를 푸름이는 영민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 어항을 통해 친구를 붙잡고 있는 푸름이의 마음이 잘 전해진다. 그런데, 그 쪼그만 괴물은 무엇일까? 실제로 금붕어를 괴롭히는 그런 것이 있나? 그저 궁금해서.

2. 울타리를 넘어서

이소장과 삽살개 김네티의 갈등 이야기? 이렇게 말하면 되려나?

이소장은 아이들이 좋아라 하는 삽살개 네티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주인은 족보 있는 개라고 하지만, 그 개로 인해 자기의 관리 영역이 헝클어지는 것도 거슬리기만 하다. 시끄럽고 위험하고, 아이들이 네티를 보기 위해 자꾸 담을 넘는 바람에 잔디도 죽고, 그래서 새 울타리를 더 높이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네티가 자전거 도둑을 용감하게 잡음으로써 네티와 이소장의 갈등은 해소가 되고, 이소장은 울타리 대신 아이들을 위한 쪽문을 내어주게 된다. 얼마나 멋진 해결방법인지.

3. 앵초의 노란집

할머니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꼬마무당이라고 놀림 받는 아이, 앵초는 한없이 씩씩하고 당당하다. 민우는 이런 앵초와 짝이 된 것이 못마땅하지만, 엄마의 노란 새집을 탐내는 것이 죽은 할머니가 새가 되어 돌아왔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며 그 새들을 위한 집을 마련해 주기 위함을 알고는 함께 인디언 추장새로 불린다는 후투티새의 집을 마련해 준다.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앵초의 그런 맘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텐데 민우와 앵초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서 참 다행이다.

4. 괭이 할아버지

소문이 고약한 할아버지지만, 사실은 전혀 고약하지 않은 이웃 할아버지의 이야기. 아파트촌에 남아있는 전통가옥, 감자밭은 팔았으나 그 집만은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쓰고 싶다는 멋진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저만 알던 거인>>이 잠깐 떠오르기도 하고 1학년 3반 교실의 추억을 이야기 한 작가의 <<처음 가진 열쇠>>가 떠오르기도 한 그런 이야기였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나이가 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자그마한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물론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는 도서관 환경이라는 것이 지금보다 더 훌륭하겠지만, 그래서 크게 내 책이 환영받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내 책이 쓰일만한 곳은 다양한 방법으로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가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서로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푸름이와 영민이의 계속 될 우정과 이소장과 김네티의 특별한 애정(?), 앵초와 민우의 새롭게 시작되는 우정, 그리고 괭이할아버지와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새로운 만남!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참 가슴 뛰는 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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