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샤쓰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3
방정환 지음, 김세현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방정환 선생님 하면 떠오르는 것들.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신 분.
색동회를 조직하고 어린이의 날을 제정하여 어린이를 하나의 주인으로 대하였으며 어린이문화 운동의 선구자이신 분.
뚱보 아저씨여서 허리를 두를 허리띠가 없을 정도였다는 것.
그리고 이 책을 지으신 분이라는 것.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내가 받은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 글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친구들처럼 눈물 한 방울 뚝 흘릴 뻔 하였다.
우리의 주인공 한창남군은 당시 조선의 하늘을 난 비행사 안창남과 이름이 같다고 하여 비행사로 불렸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만년샤쓰라는 새로운 별명을 갖게 된다.
옷차림으로 보아 집안은 어려울 것 같으나 언제나 밝은 얼굴로 우스개소리를 하여 모두를 즐겁게 해 주는 인기많은 아이다. 궁둥이가 무거워 철봉틀에서 잘 넘지 못하여 체조 선생님께 야단을 듣고 혼자 남아서 이백번이나 넘도록 혼자서 열심히 연습해 보지만... 헝겊으로 싸매고 새끼로 감아 매고 또 그 위에 손수건으로 싸매고 하여 퉁퉁해진 신발을 신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평이었던 소년.
살이 터질 듯이 추운 날 체조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웃옷을 벗으라 하고 체조선생님이 무서워 모두들 웃옷을 벗었건만 단 한 사람 창남이만 벗지 않았다.
"선생님, 만년샤쓰도 좋습니까?"
"무엇? 만년샤쓰? 만년샤쓰란 무어야?"
"매 매 맨몸 말씀입니다."
없어서 못 입었다는 창남이의 말을 듣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그 용기를 칭찬하신다. 그 날 이후 비행사란 별명대신 창남이는 만년샤쓰라고 불리운다.
다음 날 만년샤쓰 창남이는 위는 양복저고리에 아래는 누덕누덕 다 떨어진 한복 바지를, 맨 발에 짚신을 신고 이십 리 길을 걸어 왔으면서도 태평이란다.
창남이의 사연은 이러하다.
그저께 저녁, 그러니까 만년샤쓰로 체조 시간에 웃옷을 벗었던 전 날, 동네에 큰 불이 나서 집이 반이나 넘게 타서 모두 없어졌단다. 다행히 창남이 집은 반 정도는 남아서 먹고 잘 것은 있었으나 동네의 사정은 더욱 딱하게 되었단다. 어머니께서 벌거벗는 것만 면하면 살 수 있으니 두 식구 당장 입고 있을 옷 한 벌씩만 남기고 모두 길거리에 떨고 있는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하셨단다. 어제 입었던 교복 바지는 옆집 병든 영감님이 너무 추워하시길래 드리고 자기가 입었던 샤쓰는 동네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주고 떠시는 어머님께 벗어드렸단다. 어머니는 아들이 두 개씩 남겨 두었는 줄 아시고 그것을 받아 입으셨단다. 그렇다면 어머님은 아들의 벌거벗은 가슴과 양말없는 맨발을 보고 왜 그걸 받으셨을까?
창남이는 눈물 한 방울과 함께 이렇게 말한다.
"저의 어머니는 제가 여덟 살 되던 해에 눈이 멀으셔서 보지를 못 하고 사신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무척이나 풍족한 세상에 살고 있다. 상대적 빈곤감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 부모세대보다는 우리가 나았지만 요즘 아이들이 누리는 것들은 우리 어릴 때랑 또한 무척 다르다. 이런 아이들이 책을 통해서나마 이런 어려운 시절을 이해하면 좋겠다. 어려움을 겪지 못한 아이들이 어려운 이들을 이해할 수 없고, 그런 아이들만 산다면 사회적 약자는 어디서 힘을 얻겠는가?

부족하지만 마음이 넉넉한 아이.
가진 것 많아도 언제나 부족한 아이.
나는 우리 아이들이 창남이 같은 아이들로 자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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