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요>
Q. 새 학기의 서먹함은 언제 적 일이었냐는 듯 서로가 많이 친해진 거 같아 참 좋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소소한 다툼도 끊이지 않아 고민입니다. 친구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그림책을 알려주신다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저의 초임 교사 시절이 스쳐 지나갑니다. 열린 교육이 전국을 휩쓸던 시기에 열린교육 시범 학교에 중간 발령이 났어요. 연구학교다 보니 전 교사 공개수업이 진행되었고 많은 학교의 선생님들께서 수업참관을 하러 오셨지요.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하던 초임 교사의 교실에서는 많은 싸움이 있었죠. 그래도 전 아이들이 공개 수업을 하는 그 시간까지 싸울 거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어요. 선배님이 “오늘 수업은 잘 했어요?”하고 물으시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주르르 흘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 후 저는 계획적으로 아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지도를 하면 문제를 조금 더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비폭력 대화법, 또래 조정과 같은 방법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림책 함께 읽기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어요.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는 『친구를 모두 잃어버리는 방법』(낸시 칼슨 지음/보물창고)을 읽어주는 게 좋겠어요. ‘절대로 웃지 말기’, ‘모두 독차지 하기’, ‘심술꾸러기 되기’, ‘반칙하기’, ‘고자질하기’, ‘앙앙 울기’! 책을 읽은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려면 반대로 하면 되겠구나!’하고 저절로 알게 된답니다.
다툼의 또 다른 유형으로는 잘못한 일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하지 못해 친구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를 들 수 있어요. 모르고 한 일에 대해서도 상대가 불편을 느꼈다면 사과가 필요하다는 걸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힘이 들더라고요. 이때 『사자가 작아졌어』(정성훈 지음/비룡소)를 함께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진정한 사과만이 용서의 끝에 가 닿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주거든요.
사자에게 엄마를 잃어버리고 슬픔에 잠겨있던 가젤은 개울을 건너려다 물에 빠진 어떤 동물을 구해줍니다. 자세히 보니 엄마를 잡아먹었던 사자네요. ‘갑자기’ 작아진 사자는 가젤에게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가젤은 사자를 다시 물에 빠뜨리려 합니다. 아주 조그마해진 사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젤의 마음을 달래주려 하지만, 엄마를 빼앗긴 그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어요? 생각하고 또 생각한 사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죠. “그럼…… 날 먹어.” 자신을 온전히 바치겠다는 말, 이 진심어린 사과는 가젤의 마음에 가 닿습니다. 초식 동물인 가젤은 사자를 먹을 수 없어요. 엄마를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가젤을 보며 사자는 다시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널 슬프게 해서 미안해.”라고요.
이 두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교실의 작은 변화를 맞이하시길 빌어봅니다.
Q. 학급에 무척 산만한 아이가 있습니다. ADHD는 아닐까 의심이 되는데 부모님께 상담을 받아보시라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아이로 인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생길 때도 종종 있어요. 저를 힘들게 하는 아이다 보니 솔직히 미워질 때도 가끔 있어요. 이런 저를 경계하기 위해 아이를 이해하도록 도와줄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습니다.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의 주 특징은 부주의함, 충동성, 과잉행동입니다. ‘장애’라는 단어를 품고 있지만 관대한 마음으로 보면 조금 별나거나 심하게 별난 아이로 볼 수도 있을 거예요. 부모 입장에서도 다름을 인정하기 힘들다 보니 치료 시기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로 인해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다인수 학급에서 아동을 지도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적절한 치료를 시도하지 않는 부모님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일 겁니다. 치료를 통해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심리적 여유와 학습에 임할 수 있는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조이, 열쇠를 삼키다』(잭 갠토스 글, 닐 레이튼 그림/비룡소)는 2006년도에 출간된 책이에요. 처음 책을 읽을 때만 해도 ADHD는 제게 무척 생소한 단어였어요. 책 속에서 만난 조이는 정말 이상한 아이였어요. 장난으로 열쇠를 삼키다니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말이죠. 손가락을 연필깎이에 집어넣어 돌리기까지! 그래요, 조이는 생각하기 전 행동하는 아이, ADHD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우리 반 ‘조이’의 얼굴이 자꾸 떠오를 겁니다. 아이가 처한 입장을 헤아려 보면서 교사인 나도 정말 힘들지만 아이도 고통 속에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파 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조이를 도우려는 많은 어른들이 있다는 겁니다. 나도 왠지 그런 어른 중의 한 명이어야 할 거 같은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흔들리지 않고 ADHD 아이 키우기』(이영민 지음/팜파스)를 읽다 보면 부모의 마음도 함께 읽게 됩니다. 저자는 ADHD의 완치는 어렵지만 강점 중심으로 접근하고 꾸중하지 말고 고쳐야 할 점을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아이의 행동이 어른인 우리를 화나게 하지만 이건 악의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정보처리상의 문제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하니 이것도 꼭 기억해 두어야겠습니다.
지금 저도 ADHD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때로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가 야속하기도 하고, 동시에 그 아이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제가 무능력하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할 일은 자기 조절 능력이 없는 이 아이를 미워하지 않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두 권의 책을 통해 저는 아이를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도 이 책들이 그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힘든 선생님의 마음에 위로를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