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에 쓴 교단일기를 꺼내 보았다.
첫 제자를 가져보겠다는 맘으로 6학년에 지원했었다.
요즘은 일기 검사가 인권침해라는 해석이 있어 일기 검사도 조심스러워 일 주일에 한 편만 쓰게 하지만.
그 때는 매일매일 쓰게 하고 검사했다.
나도 교단일기 쓸 테니 너희도 열심히 써라 그랬는데...
두꺼운 일기장 한 권이 소중한 보물로 남아있다.
그 이후 알라딘 서재에 교단일기를 가끔 썼지만, 볼펜으로 쓴 일기는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일기 써서 아이들 사인 댓글 받고 그랬던 흔적이 보이니 기분이 묘하다.
일기를 뒤적여 보니 그 때 44명을 가르쳤다. 지금 24명인데 많이 줄었다.
그때 아이들이 이제 30대 중반을 넘었다. 다들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이제 곧 학부형이 될지도...
아이들이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할 때까지 가끔 소식을 주고받았는데, 어느 순간 소식이 끊어져 버렸다.
무소식이 희소식!
일기에는 온통 바쁘다, 힘들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있을까 싶어 살펴봤는데, 그때 별로 재미없었나 보다.
기록이 아닌 기억에는 엄청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는데... 이상하다.
일기에는 내가 얼마나 서툰 교사였는지 고스란히 기록이 남아있다.
경험 없는 선생 밑에서 아이들이 정말 고생했겠구나 싶다.
그래도 그때 아이들이 나를 가장 좋아해 주었던 거 같다.
첫 정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듯.
문집도 뒤적뒤적 살펴봐야겠다.
기억 속에서 아이들 떠올려 보며 그들의 행복을 빌어 본다.
나도 이제 나이 들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