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에는 사계절 그림책
전미화 지음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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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땡그란 아이가 주인공이다. 

아빠는 빚쟁이에게 쫓기는 처지다. 

아빠와 아들은 봉고차로 이사를 가 침낭에서 잠을 잔다.

엄마의 부재 이유는 일단 궁금해 하지 않기로 하자.  

아빠는 공사장으로 일하러 간다. 

당분간은 학교에 갈 수 없다. 

아빠는 다음 달에는 학교에 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다음 달이 또 다음 달이 되고, 

아이는 친구들을 피해 몸을 숨긴다. 

삼각 김밥, 우유, 뒤섞인 도시락, 컵라면... 아이의 식사는 한없이 초라하다. 

아이의 일상은 그림 색조처럼 어둡기만 하다. 

눈 땡그란 아빠의 웃는 얼굴, 눈 땡그란 아이의 웃는 얼굴이 슬프다. 

다음 달, 다음 달... 그리고 드디어 아이는 학교에 간다. 

아빠는 이야기 한다. 

이제 다음 달에는... 작은 방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이 책은 슬픔 속에 숨어 있는 희망을 말하고 싶은 거 같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아빠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배치했나 보다. 


가끔 아이들이 책을 읽다가 묻는다.

"이거 진짜예요?"


동화는 분석하며 읽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 줄 때가 있다. 분석하는 순간 동화는 사라지는 거라고.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러고 있다.  

무단 결석이 이어지면, 가정에 연락을 하고, 그래도 계속되면, 

가정 방문을 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서 수사를 의뢰하고...

아이가 친구들을 피해 몇 달 동안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사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 텐데 하고 말이다. 

직업병이다. 


풍족한 시대에 아이들이 있다. 

옛날에 비하면 가난한(?) 아이들도 풍요롭다. 

복지 지원을 받는 아이들 중에는 '아니, 쟤가 왜 지원을?" 하고 갸우뚱 하게 하는 아이들도 있다. 

복지의 사각지대. 그래, 이게 문제다. 가끔은 진짜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다음 달이 아닌, 지금 당장 도움의 손길을 만나면 좋겠다. 


어떤 이유에서 빚을 지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아빠의 고군분투에 응원을 보낸다. 

아이가 좌절하지 않고 잘 자라기를 바란다. 

절망 속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을 안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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