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말 사전 슬기사전 3
박효미 지음, 김재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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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안 쓸 수 있다. 

그래서 이 책 <<나쁜 말 사전>>을 읽는 것은 유익하다. 

읽기 전에는 욕이란 나쁜 말이니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 합니다~ 라는 교훈 가득한 글 일거라 생각했다.

내가 초임 교사일 때니 아주아주 옛날인데 국어 교과서에 '싸가지'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었다. 

단원 설정의 취지는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 한다는 걸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거였다. 

그런데, 그때 순진한 3학년 아이들은 내게 물었다. 

"선생님, 싸가지가 뭐예요?"

바르고 고운 말을 가르치고 싶었던 국어 교과서는 전국의 순진한 많은 3학년 아이들에게 

오히려 모르고 있던 새로운 단어 하나를 가르치고 말았다. 

그 이후 그 단어는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아마 많은 항의를 받았겠지? 

이 책을 펼쳐 들기 전 나는 비슷한 걱정을 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모르고 있었던 나쁜 말에 노출되면 어쩌나 하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나쁜 말은 욕설, 은어, 비속어... 그런 말들이 아니었다. 

우리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는 편견의 언어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그림을 보며 느슨한 마음으로 책을 읽다 

어느새 옷 매무새를 가다듬듯 마음을 가다듬으며 읽게 되었다. 

선거 기간 동안 한 후보가 장애인, 정상인이라는 표현을 써서 기사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그걸 보며, 아 뭐가 잘못되었지? 생각했다. 나 또한 편견의 언어 속에서 살고 있었던 거다. 

장애인이나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고자 하는 이들은 

장애인의 대척점에 놓인 언어가 정상인이 아닌, 비장애인이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만약 정상인이라면 그 대척점에 놓여있는 장애인은 비정상인이 되는 거다. 

아무렇지도 않은 말들이 누군가에게 상처의 언어가 된다면 우리가 그 단어를 사용하는데 있어 

배려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X라는 아이>라는 글이 있다. 

초록색 표지와 내용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작가는 누군지 모르겠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남자 아이로, 여자 아이로 키워진다. 

남자답게, 여자답게가 옳은 거라고 우리 머리 속에 지속적으로 주입되는 정보들에 길들여진다. 

조금 다른 것은 이상한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X라는 아이는 남자 아이처럼도 여자 아이처럼도 키워지지 않는다. 

그냥 아이답게 키워지는 것이 목적이다. 

이 글을 이용해 '양성평등'에 초점을 맞추어 공개수업을 했었다. 

남자라서 억울했던 일, 여자라서 억울했던 일에 대해서도 조사했었다. 

벌써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때랑 비교해 보면 양성평등 지수는 참으로 많이 올라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책의 많은 단어들은 성평등에 어긋나는 언어를 나쁜 말이라고 이야기 한다. 

유모차는 유아차로, 학부형은 학부모로, 처녀작은 첫 작품으로, 외할머니는 그냥 할머니로 부르는 게 좋겠다고 한다. 부정의 의미를 담은 치맛바람도 나쁜 말이라 이야기 한다. 

남녀를 구분하지 말고, 편견을 부추기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자고 이야기 한다.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썼던 많은 말들이 나쁜 말 사전에 올라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책은 좋은 책이다.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니 말이다. 

단어 하나를 쓸 때도 조심해야 할 것이 많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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