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이 산석의 글공부 - 정약용이 가장 아꼈던 제자, 황상 이야기 위대한 책벌레 3
김주현 지음, 원유미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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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추천으로 읽었다. 

책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는다는 그는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읽고, 또 읽는다고 했다. 

가끔씩 생각나면 한 번씩 다시 본다는 그의 말을 들으니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받아보니 무척 얇았다. 그리고 판형이 컸다. 

그림책이 아닌 책인데 이렇게 판형이 큰 책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한 손에 쏘옥 들어오는 책이 더 좋다. 

이러한 불편함(물론, 이건 나의 느낌일 뿐), 그까짓 것쯤은 흠으로 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이 책은 여러모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정약용이 아꼈던 제자, 황상에 관한 이야기다. 

황상의 어릴 적 이름은 산석이었고, 치자나무를 좋아하는 그에게 스승은 치자나무 동산이라는 뜻의 치원이라는 호를 붙여 준다. 

공부를 잘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황상은 답답했다. 

동네 글방에 글을 배우러 갔지만 훈장은 깨우침이 늦은 그에게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지 말고 포기하라 한다. 

마침 그 때 마을에 귀양 온 정약용이 글방을 열게 된다. 

그곳에 찾아가 배움을 청하고 싶지만 또 내침을 당할까봐 주저하게 된다. 

며칠을 글방 앞에서 서성이던 그에게 정약용이 먼저 말을 건다. 

"오늘도 왔구나. 며칠 전부터 이 앞을 서성이던 아이로구나."

황상은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나요?"라고 질문한다. 

저 같은 아이란... 머리가 둔하고 막혔으며 미련한 아이를 이른다. 

정약용은 산석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배우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세 가지 있다. 첫째 외우는 데 재빠른 것, 둘째 글짓기에 날랜 것, 셋째 깨달음에 민첩한 것이다. 한 번만 읽어도 바로 외우는 사람은 자기 머리가 좋은 걸 믿고 대충대충 소홀히 넘어가기 마련이다. 글을 일필휘지, 머뭇거림 없이 잘 짓는 사람은 자기 재주가 좋은 것에 마음이 들뜨기 쉽고, 남들보다 튀려고 하겠지. 배우고 바로 깨닫는 사람은 대번에 깨달아 공부를 대충하니, 그 깨달음이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데, 너는 이 세 가지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이구나. 재빠르지도, 날래지도, 민첩하지도 않으니 너 같은 아이가 공부를 해야 진득하게 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당장 내일부터 공부를 하러 오라고 말한다. 

"공부는 너 같은 아이라야 할 수 있다. 너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너라야 할 수 있다."

산석은 평생을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며 학문을 했다. 

부모가 중인이라 신분 사회에서 아무리 공부해도 벼슬에 오르지 못하지만 학문의 즐거움에 온 마음을 다했다. 

정약용은 그런 산석을 무척 아꼈다고 한다. 

느리지만 꾸준히 공부한 산석은 다른 문인들이 크게 감탄할 만큼 높은 학식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이 책은 머리가 뛰어나지도 않고, 벼슬을 할 수도 없으며, 살림살이 또한 어려웠지만 평생 스승을 섬기며 부지런하게 공부했던 황상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딱 맞게 간결하게 잘 써 두었다.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도, 정성 가득 그려진 그림들이 또 마음을 빼앗는다.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마음과 스승을 따르는 제자의 마음을 통해 좋은 가르침을 맘에 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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