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들어주는 토끼 소원어린이책 12
장유위 지음, 마오위 그림, 강영희 옮김 / 소원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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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뛰어나가기 바쁘다. 교실에는 몇 아이만 남아있어 조용하다. 한 아이가 헤헤 웃으며 다가온다

선생님 이거 비밀이에요.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비밀을 나한테 이야기해도 돼?”

그러니까 선생님만 알고 계시라고요. 땡땡이가 누구 좋아하는지 아세요? 그러니까…….”

목소리는 한껏 낮춰 귓속말로 속살댄다. 비밀은 꼭 지켜야 하는 거라는 걸 온 몸으로 이야기 하면서 그걸 폭로하는 아이러니한 순간이다.

아이는 이 말을 내게만 했을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옛이야기처럼 비밀은 소문이 되어 교실을 돌아다닐 터다.

토끼 인형인 샤오투의 하늘색 배낭은 샤오메이의 비밀로 가득 차 터질 것만 같다.

샤오메이는 샤오투의 귀에 대고 말한다.

샤오투, 내가 너한테만 몰래 알려 주는 건데…….”

그리고 친구의 장난감 바퀴를 훔친 일, 커닝한 일 등을 이야기한다.

샤오메이가 샤오투에게 비밀을 털어놓은 이유는 뭘까? 인형인 샤오투에게 털어놓으면 비밀의 무게가 주는 답답함을 벗을 수 있으면서 비밀이 소문이 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어 안심이 되었을 게다.

샤오투는 무거워진 가방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자기를 믿고 비밀을 털어 놓은 샤오메이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

부모님의 이혼을 걱정하는 샤오메이가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배달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샤오투 앞에는 가방에 든 비밀을 노리는 이들이 있다. 비밀을 맞교환하는 이, 비밀을 돈을 주고 사고파는 이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샤오투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온마음을 다한다.

할머니는 세상 사람들이 더 이상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신비로운 비밀꽃을 만든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거다. 할머니의 꽃 덕분에 엄마, 아빠의 갈등이 해결되어 샤오메이의 걱정도 사라진다. 덕분에 샤오투의 비밀가방도 가벼워졌다.

만화책과 느낌이 비슷하지만 문학성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그래픽 노블은 그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뉴베리상을 수상할 정도로 말이다. 여기 또 한 편의 기억하고 싶은 그래픽 노블 작품을 마음에 담는다.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철학적 사색의 시간을 선물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의 비밀을 소중히 여기고, 남의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태도가 왜 필요한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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