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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가 잘 사는 법 - 김응 동시집
김응 지음, 박정섭 그림 / 창비 / 2012년 12월
평점 :
똥개는....
아무 거나 잘 먹고
아무 데나 싸고,
(때로 그거 먹기도 하는. 윽~)
돈 한 푼 없고,
사랑해주는 주인 없고,
그래서 사료도 넉넉히 먹지 못하는 똥개가 잘 사는 법은
그냥 똥개로 살아가는 거라고 시인은 이야기 한다.
마음껏 똥개로 살아가는 것.
얽매이지 않는 그것이
작가가 누리고 싶은 자유일까?
제목이 재밌어서 손이 가는 책이다.
아래 시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매운맛도 다같은 매운맛이 아니라는 뜻이 지가 아무리 그래봐야 청양고추 아닌 풋고추고, 지가 아무리 그래봐야 광식이 아닌 정수일 뿐이라는 뜻일까?
매운맛
김응
청양고추랑 풋고추랑
나란히 심으면
풋고추도 매워진다
주먹 센 광식이랑
붙어 다니더니
정수도 주먹을 휘둘러 댄다
매운맛도 다 같은 매운맛이 아니다
아래 시는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
오이와 오이지
김응
여드름쟁이 막내 삼촌은
오이를 닮았고
주름 많은 할아버지는
오이지를 닮았어
그 옛날엔 할아버지도
여드름쟁이였대
먼 훗날엔 삼촌도
할아버지가 될 거야
새파란 오이도
항아리 속에서
짠물을 견디고
시간을 견디면
겉은 쭈글쭈글해도
속은 꼬들꼬들한
오이지가 되잖아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도 있다.
일방통행
김응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일방통행 길이 있다
무시하고 가면
벌금을 내고 벌점을 받는다
친구들과 놀다 보면
제멋대로만 하는 애가 있다
그런 녀석한테도
벌금을 받고 벌점을 주고 싶다
웃픈 시 한 편
아홉 살 할머니
김응
하루는 집에 와서
숙제를 하려는데
숙제가 뭐였는지
까먹었지 뭐야!
그래서 그냥 놀았어
온종일 노니까 즐거웠지
또 하루는 엄마가
심부름을 시켰는데
심부름이 뭐였는지
까먹었지 뭐야!
그래서 그냥 안 했어
맘대로 하니까 신이 났지
어느 동짓날 아침
다 함께 팥죽을 먹는데
나이만큼 새알 먹는 걸
까먹었지 뭐야!
그래서 그때부터
나이를 먹지 않았지
일 년이 가고
십 년이 가고
오십 년쯤 흘렀을까
칠십 년쯤 흘렀을까
하루는 잠을 자려는데
저녁을 먹었는지
저녁을 굶었는지
까먹있지 뭐야!
그래서 그냥 자 버렸어
배고픈 줄도 몰랐지
또 하루는 손님이 왔는데
딸인지 며느리인지
옆집 아줌마인지
까먹었지 뭐야!
그랬더니 병원엘 데려가네
의사 선생님이 물었어
할머니 몇 살?
그래서 큰 소리로 말했지
아홉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