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처럼 나도 내 아들에게
백영현.백이든 지음 / 신생(전망)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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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케빈 베이컨 게임'이라는 말을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에서 만난 적이 있다.

가끔,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안다고 할 때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이 말을 한 번 더 떠올리곤 한다.

 

어느 날, 교장선생님께서 교장실에 손님을 맞으시고는, 나를 소개해 주고 싶다고 부르셨다.

'책'이라는 매개로 처음 보는 분(퇴직교장선생님이셨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이 책의 저자 사인본을 주셨다.

손님으로 오셨던 분께서 이러저러한 선생님과 만나 이야기 나누었노라 하시니 나도 그이(바로, 나!)를 안다고 하시며

(어떻게 나를 아시는지는 조금 궁금한 대목이다.)

이번에 내신 책에 저자 사인을 해 전해 주셨다고 한다.

방문오신 교장선생님과 우리 교장선생님과 이 책의 저자이신 백영현 선생님은 모두 꽤 친분이 있다고 하셨다. 

열심히 독서 지도 하는 후배가 기특하다고 하시며,

얼굴도 모르는데 친히 저자 사인본을 챙겨 주신 거다. 

 

그리고 저자 이력을 보는데...

아, 난 이미 백영현 선생님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책벌레 모임 선생님들은 자녀 교육에 대한 마인드가 나랑은 많이 달라

이야기 나누는 중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아이가 잘 하길 바라며 끊임없는 잔소리로 억압(?)하는 형인데 반해

선생님들은 아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맏고 기다려 주시는 참교육자와 참부모의 면모를 보여 주셨다.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면서 그곳에서 아이가 보고 느끼는 세계를 온전히 인정하시고,

마음 느긋하게 기다려 주시는 모습을 뵈며, 나는 왜 그리 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보통 사람들은 다들 나같지 않을까 생각하며 부족한 내 마음을 위로했었다. 

입시에서도 조바심 내지 않고 조금 기다려 주니 스스로 좋은 성과를 내었다고도 이야기 하시던 선생님들.

그 선생님들의 말씀 중에서 나는 백영현 선생님을 만났었고 '민들레 해보기학교'라는 말을 들었더랬다.

백영현 선생님은 원래는 초등교사였는데, 학교를 떠나 제도 밖 교육권에서 활동을 하셨다고 한다. 

해보기 학교는 태양을 바라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엇이든) 한 번 해 보는 학교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 책 읽으면서 알았다.)

믿고 기다려주던 우리 책벌레 선생님들의 모습과 해보기학교를 운영하신 백영현 선생님의 모습이 겹쳐져

무한 존경의 마음이 일었다.

 

이 책은 자녀와 함께 여행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러 에피소드들이 펼쳐지고 있다.

두 명의 저자 중 백영현 선생님은 아버지이고, 백이든 님은 아들이다.

백이든 님은 책읽는 아이가 책 읽는 어른으로 잘 자라 대학 도서관에서 일하고 계시고,

아버지의 자랑임이 분명하다는 것이 책 속에 녹아 있다.

글의 대부분은 백영현 선생님이 쓰셨고, 백이든 님의 이야기가 드문드문 나온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만들어낸 책이라니, 정말 멋지다.

이 책을 읽으면 잘 가르친 아버지와 잘 자란 자녀 이야기를 보며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실, 나는 정말 많이 부러웠다.

나도 나름으로 열심히 자녀를 사랑하고 보살피는데, 자녀와의 코드 맞추기가 쉽지 않아 힘들어 더욱 그런 거 같다.

'사춘기 때는 다 그렇다!'는 말들을 위로 삼아 그냥 조금 더 기다리면 될지,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을지 고민스러운 시간이라

부러움의 마음이 더 강하게 일었나 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과 자유여행으로 해외 여행을 다녀온 아버지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부러운 마음이 가득 생기게 만들었다. 

어린 자녀와 그의 친구들의 보호자가 되어

여행을 기획하게 하고, 조언하면서 함께 다녀온 길 속에서도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제자들과 나눈 따뜻한 정들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어린 아들이 자라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가고, 그리고 결혼을 해 또 아이를 낳았다.

그렇게 자식을, 제자를, 손자를 키우면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시는 백영현 선생님의 이야기가 전하는 따뜻함 덕분에

책읽는 시간 동안 행복했다.

간접적으로나마 교육계의 선배님이신 백영현 선생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 드린다.

나도...

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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