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비룡소의 그림동화 40
요르크 슈타이너 글, 요르크 뮐러 그림,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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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한낱 부속품인 듯한 나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곰이 한 마리 있다.

겨울잠 자고 일어나니 굴을 막고 공장이 세워져 있다.

굴에서 나온 곰은 공장의 부속품이 되어 버렸다.

곰이 나타나도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곰이 곰인 것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곰이 자신은 곰이라고 말해도 아무도 곰이라고 하지 않는다.

공장 감독도,  인사과장도, 전무도, 부사장도, 사장도!

곰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가 보지만 모두 다른 사람에게 보내 버린다.

자기가 해결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다 미루어 버리는 것도 우리네 삶을 닮았다.

사장은 곰이 서커스단이나 동물원에 있지 않아 곰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곰만큼은 자신이 곰이라는 것을 안다.

모두가 곰이 아니라 했기에

곰은 면도를 하고 옷을 입고, 출근 도장을 찍는다.

기계 앞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일을 하고 있는 곰.

나뭇잎이 물들어 갈 무렵 곰은 자꾸 잠이 오는 것을 느낀다.

곰이 재주를 넘지 못해도 동물원에 있지 않아도 곰인 이유다.

게으름뱅이라는 이유로 쫓겨난 곰은 잠이 와 모텔을 찾아가 보지만,

모텔 직원이 공장일꾼이나 곰에게는 방을 줄 수 없다는 말에 모텔을 나선다.

모두에게 부정당하던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곰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눈은 날리고, 곰은 생각한다.

아무래도 깜박한 것 같은 중요한 무언가를.

눈은 쌓인다.

잠이 오는 곰은 동굴앞에서 생각한다.

'그게 뭐더라?'

그리고...

이 책 읽으니 마음이 조금 복잡해진다.

난 무엇으로 있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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