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 꿈터 어린이 22
박현숙 지음, 장정오 그림 / 꿈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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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잔소리쟁이가 되었는가?

따지고 보면 나도 꽤 훌륭한 엄마 노릇을 하지 못하면서 아이에게는 쉬지않고 잔소리를 해 대니 반성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잔소리가 잔소리인 이유는 아이가 엄마의 말을 들은척 만척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듣지도 않는 말을 그런데 왜 하는 거지?

어떤 글에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아이는 엄마와 선생님의 잔소리를 먹고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말 듣지도 않는데 해서 무엇해~ 하나가도 하나하나 다시 짚으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언젠가 엄마의 진정한 뜻을 알게 되리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잔소리라는 말 속에는 그 가치를 낮추는 의미가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 말들이 하나하나 내 몸으로 들어와 체화되는 순간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잔소리중!

우리 엄니의 잔소리 중 요즘 생각나는 것들은

"다른 사람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영은 영끼리 통한다고 한다. 사람을 미워 마라."

"누구는 세수하면서 자기 양말을 제 손으로 씻는다 하더라."

... 같은 것들이 있다.

엄마 생각하면서 양말 뽀득뽀득 빨아보기도 하고, 누군가 미울 때 내 마음을 다스려 보기도 한다.

 

아빠, 엄마, 외할머니는 미도와 이모를 남겨두고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큰이모를 만나러 떠나게 되어 여러 날 집을 비우게 되었다. 이모는 성인이니 미도의 보호자가 되어 주어야 하는데 이모가 오히려 더 보살핌이 필요한 듯~

엄마는 미도에게

1. 제시간에 자고 제시간에 일어나기

2. 준비물 챙기기

3. 숙제 꼭 하기(일기 절대 빼먹지 말 것)

4. 매일 옷 갈아입고 양말 갈아 신기

5. 이모 말 잘 듣기

-도미도! 이걸 잘 지켜야 하루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라는 쪽지를 남겨둔다.

미도의 엄마는 평소에도 미도를 제 시간에 맞춰 깨웠을 것이고,

얼른 자라 이야기했을 것이고, 준비물은 챙겼느냐,

숙제는 했느냐 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덕분에 미도는 학교생활을 잘 했으리라.

하나라도 어기면 무슨 큰 일이 날거라 생각했던 미도!

엄마를 대신한 이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기대하는 것은 애시당초 틀린 일이란 것을 빨리도 눈치 챈 미도!

엄마의 당부가 하나하나 지켜지지 않으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는 구성된다.

꽤 재미있게 읽었다.

준비물을 챙겨가지 않아도, 옷이나 양말을 깨끗이 갈아입거나 신지 않아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며 어린이 독자는 불안감을 느끼게 될 거다.

미도는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이제는 엄마의 잔소리 없어도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있음을 온몸으로 알게 된다.

이 책을 통해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키워 나갈 아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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